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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현장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를 쉽고 균형 있게 설명합니다.

문화와 사상으로 읽는 경제 28

낯선 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 해외 경험으로 읽는 경제학

해외로 떠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여행에서는 휴식과 새로운 풍경을 기대하고, 유학과 연수에서는 지식과 경험을 넓히려 한다. 그러나 돌아온 뒤 오래 남는 것은 유명한 관광지나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만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연수하던 때, 가구를 구매하며 겪은 일이 그랬다. 식탁 등 가구를 고르고 선택을 마무리하려는데, 구매자가 직접 운반하고 조립·설치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때까지 거래 조건을 몰랐던 나는 한국에서 익숙했던 판매자의 배송과 설치를 예상하고 있었다.당시 이용하던 차는 승용차여서 가구를 실을 수 없었다. 구매를 포기하겠다고 하자 가게 주인은 직접 집으로 가져다주고 조립과 설치까지 무료로 해주었다.처음에는 그 적극성을 ‘..

여성은 왜 남성보다 적게 벌까?

클라우디아 골딘이 밝혀낸 임금격차의 경제학🏆 노벨경제학상으로 읽는 경제학 ⑨ — 2023년 노벨경제학상 “같은 일을 하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적게 받는 것일까?”남녀 임금격차에 관한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이런 질문이 제기됩니다.여성가족부가 2025년 9월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회사 및 공공기관 성별 임금격차 조사」에 따르면, 성별 임금 현황을 공시한 2,980개 기업의 남성 1인당 평균임금은 9,780만원, 여성은 6,773만원이었습니다.여성의 평균임금이 남성보다 30.7% 낮은 것입니다.평균 근속연수도 남성 11.8년, 여성 9.4년으로 차이가 있었습니다.이 조사는 기업들이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의 2024년 성별 임금 자료를 분석한 것입니다.여성가족부 「202..

교과서를 나눠주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실험으로 바꾼 빈곤경제학

🏆 노벨경제학상으로 읽는 경제학 ⑧ — 2019년 바네르지·뒤플로·크레이머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정부에 예산이 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교과서를 나눠주면 어떨까요? 무료급식을 제공하면 어떨까요? 교사를 더 채용하면 어떨까요?모두 그럴듯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그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면 안 될까?”실제로 해봤습니다.그리고 결과는 우리의 상식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연구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Abhijit Banerjee), 에스테르 뒤플로(Esther Duflo), 마이클 크레이머(Michael Kremer)는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수상 이유는 ‘세계 빈곤 완화를 위..

낙찰은 성공일까, 실패일까? 승자의 저주와 경매이론

🏆 노벨경제학상으로 읽는 경제학 ⑦ 2020년 노벨경제학상으로 이해하는 ‘승자의 저주’와 경매이론저는 공사 입찰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입찰 결과가 나오면 낙찰 여부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을 따냈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약금액에서 재료비와 인건비, 제작·설치 비용을 감당하고 얼마가 남는지도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경매에서는 높은 가격을 제시해 물건을 가져오고, 공사 입찰에서는 가격뿐 아니라 여러 조건에 따라 일을 맡습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경쟁에서 이기려는 마음이 앞서면 정작 얻는 것과 부담하는 비용을 놓칠 수 있습니다.그래서 낙찰을 바라볼 때 중요한 질문은 “이겼는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기기 위해 무엇을 감수했는가?”까지 물어야 합니다. 경매에서는 ..

은행은 왜 예금을 모두 금고에 보관하지 않을까?

🏆 노벨경제학상으로 읽는 경제학 ⑥2022년 노벨경제학상으로 이해하는 은행의 역할과 금융위기 우리가 은행에 1,000만 원을 예금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통장에는 분명히 1,000만 원이 찍혀 있고, 우리는 필요하면 언제든 그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은행 금고 안에 내가 맡긴 1,000만 원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은 예금으로 들어온 자금의 상당 부분을 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주고 여러 금융자산으로 운용합니다.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만약 모든 예금자가 같은 날 자신의 돈을 찾으러 은행에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은행이 경제에서 반드시 필요한 이유와 동시에 금융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질문 속에 들어 있습니다.2022년 노벨경제학상은 은행과 금융위기..

최저임금 인상은 정말 고용을 줄일까? 데이비드 카드와 자연실험

매년 여름이 되면 우리 경제에서는 익숙한 논쟁이 되풀이됩니다. 바로 다음 해 최저임금을 얼마로 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입니다.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도 올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사람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2027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당 10,70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2026년 10,320원보다 380원, 3.7% 오른 금액입니다.그렇다면 최저임금이 오르면 정말 일자리가 줄어들까요?전통적인 경제학의 수요·공급 모형으로 생각하면 답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노동의 가격인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의 양은 감소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

좋은 중고차는 어떻게 제값을 받을까? 정보의 비대칭과 시장의 해법

🏆 노벨경제학상으로 읽는 경제학 ④ 2001년 노벨경제학상 조지 애커로프, 마이클 스펜스, 조지프 스티글리츠 중고차를 사러 갔다고 생각해 봅시다.마음에 드는 자동차 한 대가 있습니다. 외관은 깨끗하고 주행거리도 적당합니다. 가격도 생각했던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판매자는 사고도 없었고 관리를 잘한 차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구매자는 자동차의 겉모습만 보고 모든 것을 알 수 없습니다. 사고 이력은 없는지, 침수된 적은 없는지, 엔진이나 변속기의 상태는 괜찮은지 궁금합니다. 반면 몇 년 동안 직접 운전한 차주는 자동차의 상태를 구매자보다 훨씬 잘 알고 있습니다.같은 자동차를 두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가진 정보의 양이 다른 것입니다.경제학에서는 이를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

영화 "오디세이"를 경제학으로 읽다 : 선택의 대가와 문명의 의미

극장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 2026)"를 보았습니다.거대한 IMAX 화면을 채우는 전쟁과 바다, 신화 속 존재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강렬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영화 전체를 IMAX 70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극장용 장편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장 3시간 정도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제게 더 오래 남은 것은 화려한 장면보다 오디세우스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주인공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그의 귀향은 단순한 여행이 아닙니다.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판단해야 하고,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며, 때로는 자신의 욕망까지 ..

왜 우리는 '공짜'를 좋아할까? 행동경제학

🏆 노벨경제학상으로 읽는 경제학 ③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세일러와 행동경제학 마트에서 ‘1+1’ 행사 상품을 보며 계획에 없던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은 적이 있으신가요?“오늘만 무료배송”“가입만 하면 1만 포인트 지급”“첫 달 무료”우리는 이런 문구를 보면 왠지 이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그런데 정말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요?경제학은 오랫동안 인간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고 가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사람들은 감정에 흔들리고, 습관과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때로는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반복하기도 합니다.이처럼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는가를 경제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분야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입니다.그리고 행..

왜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믿을까? 버블과 투자심리

🏆 노벨경제학상으로 읽는 경제학 ②-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Robert J. Shiller)의 버블과 투자심리 2026년은 우리 주식시장 역사에서 오래 기억될 한 해가 될지도 모릅니다.6월 19일, 코스피는 장중 9,385.59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AI 혁명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뜨겁게 달궜고, "코스피 1만 시대가 열린다",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는 전망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뒤인 7월 29일, 코스피는 장중 5,262.77까지 급락했습니다.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시장은 환호에서 공포로, 기대에서 불안으로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이처럼 큰 주가 변동을 이해하려면 기업의 이익 전망과 금리, 위험 평가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기대와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