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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왜 남성보다 적게 벌까?

econinsight365 2026. 9. 20. 20:14

 

클라우디아 골딘이 밝혀낸 임금격차의 경제학

🏆 노벨경제학상으로 읽는 경제학 ⑨ — 2023년 노벨경제학상

 

 

“같은 일을 하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적게 받는 것일까?”

남녀 임금격차에 관한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이런 질문이 제기됩니다.

여성가족부가 2025년 9월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회사 및 공공기관 성별 임금격차 조사」에 따르면, 성별 임금 현황을 공시한 2,980개 기업의 남성 1인당 평균임금은 9,780만원, 여성은 6,773만원이었습니다.

여성의 평균임금이 남성보다 30.7% 낮은 것입니다.

평균 근속연수도 남성 11.8년, 여성 9.4년으로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조사는 기업들이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의 2024년 성별 임금 자료를 분석한 것입니다.

여성가족부 「2024년 공시대상회사 및 공공기관 성별 임금격차 조사」

 

그렇다면 이 30.7%라는 차이를 모두 ‘여성에 대한 임금차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통계는 직급과 직무, 근속연수, 고용형태, 근로시간 등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조건을 동일하게 맞춘 뒤 남녀를 비교한 수치가 아닙니다. 따라서 평균임금의 차이와 동일한 조건에서 성별만을 이유로 다르게 보상하는 임금차별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녀 임금격차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근속연수의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지, 승진과 경력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출산과 육아는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남녀의 소득격차는 언제부터 벌어지며,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0년이 넘는 노동시장 자료를 추적한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입니다.

 

[30초 핵심 요약 : 클라우디아 골딘이 밝힌 성별 임금격차]

• 개념 구분: 남녀 평균임금 격차와 동일 조건에서의 성차별은 구분되어야 하며, 직종·근속·육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 작동합니다.
• U자형 변화 패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경제발전에 따라 단순 상승한 것이 아니라 산업화 초기 감소 후 서비스업 발전과 함께 재상승했습니다.
• 출산과 경력 분기: 현대에는 첫 아이 출산 이후 육아 부담 및 근무시간 제약으로 인해 남녀 간 소득 경로의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 탐욕스러운 일자리 (Greedy Work): 장시간 근무와 상시 대응이 가능한 사람에게 높은 보상을 주는 노동시장 구조는 성별 임금격차가 지속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골딘은 무엇을 밝혀냈을까?

클라우디아 골딘의 가장 큰 공헌은 단순히 남녀의 임금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데 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200년이 넘는 미국의 역사자료를 발굴하고 재구성하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소득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고, 왜 그런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러한 공헌을 인정해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골딘에게 수여했습니다.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 2023년 경제학상 클라우디아 골딘

골딘의 연구에서 특히 중요한 발견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① 경제가 성장하면 여성의 경제활동도 계속 증가할까?

경제가 발전하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 자연스럽게 계속 증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골딘은 미국의 자료를 18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 재구성했습니다.

그 결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경제성장과 함께 직선적으로 증가한 것이 아니라 U자형의 변화를 보였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기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이후 20세기 들어 서비스산업이 성장하고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경제성장 → 여성 경제활동 증가

라는 단순한 공식은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경제발전뿐 아니라 산업구조, 교육, 가족 형태와 여성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함께 영향을 미쳤던 것입니다.

 

②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여성의 선택을 바꾼다

골딘은 또 하나 중요한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사람은 현재 상황만 보고 교육이나 직업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지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 여성들이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오랜 교육과 전문적인 직업훈련에 투자할 유인은 상대적으로 작았을 것입니다.

반대로 결혼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 세대에서는 교육과 직업 선택 자체가 달라집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과정에는 이처럼 여성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했는가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③ 피임약이 여성의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골딘의 연구 가운데 흥미로운 부분은 피임 기술과 여성의 경력을 연결한 것입니다.

골딘과 로런스 카츠(Lawrence Katz)는 미국에서 젊은 여성들이 피임약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시기의 차이를 이용해 교육과 직업 선택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여성이 결혼과 출산 시기를 보다 계획할 수 있게 되면서 장기간의 교육이 필요한 법학·의학 등의 전문직에 투자할 유인이 커질 수 있었습니다.

피임약이라는 기술 변화가 단순히 출산 시기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교육투자와 결혼 시기, 직업 선택과 장기적인 경력 설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④ 오늘날 임금격차는 같은 직업 안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남녀 임금격차의 상당 부분은 교육 수준이나 직업의 차이와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직업 선택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임금격차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골딘의 연구가 보여준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오늘날 성별 소득격차의 상당 부분이 단순히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 때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같은 직업 안에서도 남녀의 소득경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교육을 받고 비슷한 직업을 선택했는데도 왜 시간이 지나면서 소득 차이가 벌어질까요?

여기서 골딘의 연구는 출산과 육아라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향합니다.

 

⑤ 첫 아이가 태어난 뒤 소득경로가 달라진다

경력 초기에는 비슷한 교육을 받고 같은 직업에 들어간 남녀 사이의 소득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첫 아이가 태어난 이후 소득경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육아로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경력이 중단될 수 있고, 시간에 대한 제약 때문에 승진이나 직무 선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육아 부담이 한쪽에 집중된다면 이러한 차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의 남녀 임금격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육 수준이나 첫 직장의 임금만 볼 것이 아니라 출산 이후 경력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왜 오래 일하고 언제든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줄까?

골딘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일부 직업에서는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것보다 임금이 훨씬 더 빠르게 증가합니다.

야간이나 주말에도 연락을 받을 수 있고, 갑작스러운 업무에 대응할 수 있으며, 고객이나 회사가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사람에게 높은 보상이 집중되는 것입니다.

골딘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라는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기업·금융·법률 등 일부 전문직에서는 장시간 근무와 특정 시간대 근무에 높은 보상이 주어지는 반면, 근무시간의 유연성을 선택하면 상당한 소득을 포기해야 할 수 있습니다.

Claudia Goldin, 「A Grand Gender Convergence: Its Last Chapter」

예를 들어 어린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언제든 회사의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육아와 가정생활을 함께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한 사람은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 요구가 많은 일을 계속하고, 다른 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기 쉬운 일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육아 책임이 여성에게 더 많이 집중된다면 이러한 선택이 반복되면서 장기적인 남녀 소득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골딘은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문제에서 근무시간의 유연성과 직업의 보상구조가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 변화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성평등가족부가 2026년 7월 발표한 「2025년 여성의 경제활동 및 경력단절 실태조사」는 만 19~54세 여성 8,177명을 대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과 경력단절 경험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6.7%가 생애 중 경력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재취업까지 평균 7.5년이 걸렸습니다. 경력단절 후 첫 일자리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198만8천원으로 경력단절 당시 임금의 80.0%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조건으로 유연한 근무환경이 꼽혔습니다.

성평등가족부 「2025년 여성의 경제활동 및 경력단절 실태조사」 결과

 

물론 골딘이 미국의 역사자료를 통해 밝혀낸 결과를 한국 노동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를 바라보는 데 중요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언제 경력이 갈라지는가?

누가 경력을 중단하거나 근로시간을 줄이는가?

어떤 직업이 시간의 유연성을 허용하는가?

장시간 근무와 상시 대기에 얼마나 높은 보상이 주어지는가?

단순한 남녀 평균임금 비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런 질문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녀 임금격차는 모두 차별 때문일까?

여기서는 임금격차와 임금차별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녀의 평균임금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그 차이 전체가 직접적인 성차별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직종과 직급, 근속연수, 근로시간, 고용형태 등 여러 요인이 평균임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러한 요인을 확인했다고 해서 노동시장의 차별이나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습니다.

왜 특정 직업이나 직급에서 성별 구성이 달라지는지, 승진 기회에는 차이가 없는지, 출산과 육아 부담이 경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임금격차가 있다”에서 분석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격차가 언제, 어디에서, 왜 발생하는지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골딘의 연구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왜 골딘에게 노벨경제학상이 돌아갔을까?

2023년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골딘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하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성과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킨 공로를 평가했습니다.

골딘은 200년이 넘는 자료를 이용해 여성의 고용과 소득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녀의 중요한 기여는 하나의 원인으로 모든 시대의 성별 격차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는 산업구조와 사회적 규범이 중요했고,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는 과정에서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경력 설계가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교육격차가 크게 줄어든 현대에는 출산 이후의 경력 변화와 시간의 유연성에 높은 비용을 부과하는 노동시장의 구조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즉 골딘은 단순히

“여성은 남성보다 적게 번다”

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왜 그 차이가 생기며, 경제와 사회가 발전하면서 그 원인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를 역사자료와 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밝혀냈습니다.

이것이 골딘 연구의 핵심적인 학문적 기여입니다.

 

한 걸음 더

한 직원만 고객의 사정과 업무 진행 내용을 알고 있다면, 그 직원은 퇴근한 뒤에도 연락을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록을 공유하고 다른 직원이 업무를 이어받을 수 있다면 특정 사람이 항상 대기해야 할 필요는 줄어듭니다. 근무시간의 유연성은 개인에게 허용하는 배려이면서, 조직이 일을 어떻게 나누고 연결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골딘과 카츠가 연구한 미국 약사 직종은 이런 관점을 보여줍니다. 기술과 조직의 변화로 약사들이 서로 업무를 이어받기 쉬워지면서 시간제 근무에 따른 임금 불이익이 줄어드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모든 직업에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유연하게 일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고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은 중요합니다.

 

육아를 맡은 사람에게 시간을 잘 관리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짧게 일해도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지, 자리를 비워도 업무가 이어지는지, 그 선택 때문에 경력의 길이 지나치게 좁아지지는 않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임금격차를 줄이는 과제는 사람의 능력을 높이는 것과 함께, 그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일의 구조를 바꾸는 데에도 있습니다.

 

[핵심 노동경제학 용어 정리]

• 탐욕스러운 일자리 (Greedy Work): 장시간 근무나 특정 시간대의 상시 대응 가능성에 대해 근로시간 증가폭보다 더 높은 보상이 주어지는 형태의 일자리입니다.
• U자형 노동참여 곡선 (U-shaped Female Labor Force Function):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하락 후 상승하는 역사적 추세를 의미합니다.
• 시간의 유연성 가격 (Price of Time Flexibility): 육아나 가정을 위해 근무시간 조정 및 유연성을 확보하는 대가로 포기해야 하는 소득 기회비용입니다.

 

참고자료

골딘·카츠, 「A Most Egalitarian Profession: Pharmacy and the Evolution of a Family-Friendly Occupation」: 미국 약사 직종의 업무 대체 가능성과 시간제 근무의 임금격차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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