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경제학상으로 읽는 경제학 ②
-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Robert J. Shiller)의 버블과 투자심리
2026년은 우리 주식시장 역사에서 오래 기억될 한 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6월 19일, 코스피는 장중 9,385.59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AI 혁명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뜨겁게 달궜고, "코스피 1만 시대가 열린다",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는 전망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뒤인 7월 29일, 코스피는 장중 5,262.77까지 급락했습니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시장은 환호에서 공포로, 기대에서 불안으로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이처럼 큰 주가 변동을 이해하려면 기업의 이익 전망과 금리, 위험 평가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기대와 심리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왜 시장은 이렇게까지 크게 흔들렸을까요?
이 질문에 가장 깊이 답한 경제학자가 바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Robert J. Shiller)입니다.
그는 대표작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서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기업의 실적이나 경제지표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대와 심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왜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믿을까?
버블은 늘 비슷한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합니다.
경제가 성장합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집니다.
주가는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들은 말합니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도 그랬고,
미국 부동산 시장이 급등했을 때도 그랬으며,
최근 AI 산업과 반도체 투자 열풍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러는 이러한 믿음이 시장을 과열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 가운데 하나라고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최근의 경험을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 상승 자체가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강화합니다.
여기에 주변 사람들의 투자 성공담과 낙관적인 뉴스가 반복되면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확신도 커집니다.
결국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의 실제 성장 가능성과 그 자산에 지불하는 가격이 적정한지는 서로 다른 문제인데도,
상승기에는 이 둘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강해집니다.
버블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실러는 버블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상승장은 사람들의 기대를 키우고,
기대는 더 많은 투자자를 시장으로 불러들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성공담은 또 다른 투자자를 움직이고,
언론과 SNS는 낙관적인 전망을 더욱 빠르게 확산시킵니다.
그러는 사이 가격은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보다 훨씬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작은 충격 하나로 기대가 흔들리면 상황은 순식간에 바뀝니다.
탐욕은 공포로 바뀌고,
매수는 매도로,
낙관은 비관으로 바뀝니다.
실러는 버블은 가격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은 하나의 피드백 고리처럼 작동합니다.
가격 상승이 낙관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가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며,
늘어난 매수가 다시 가격을 끌어올립니다.
가격 상승이 상승의 근거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 고리는 기대가 꺾이는 순간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할 수 있습니다.

왜 노벨경제학상을 함께 받았을까?
2013년 노벨경제학상은 유진 파마, 라스 피터 한센, 로버트 실러에게 공동으로 수여됐습니다. 공식 수상 이유는 ‘자산가격에 대한 실증분석’입니다.
파마의 연구는 이미 알려진 정보만으로 며칠이나 몇 주 뒤의 주가를 꾸준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실러는 주가가 배당의 변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크게 움직이며, 더 긴 기간에서는 가격과 이후 수익률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나타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한센은 자산가격을 설명하는 경제이론이 실제 자료와 맞는지 검증하는 통계적 방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세 사람의 공동 수상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나란히 소개한 데 그치지 않습니다. 시장에 관한 주장을 실제 가격과 수익률 자료로 검증하면서, 어떤 설명이 어디까지 성립하는지를 밝혀낸 성과를 인정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단기 예측이 어렵다고 가격이 언제나 적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가격이 과도하다는 판단만으로 하락 시점을 맞힐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일과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는 일은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도 로버트 실러가 중요한 이유
2026년 코스피의 급등과 급락은 실러의 연구를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AI는 분명 세상을 바꿀 중요한 기술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술이 반드시 높은 주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커지면 가격은 실제 가치보다 앞서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대가 흔들리는 순간 시장은 놀랄 만큼 빠르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투자자는 기업의 실적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와 심리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걸음 더
어떤 신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술을 가진 기업의 주식을 어느 가격에 사도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시장이 한 기업의 이익이 세 배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며 가격을 높였는데, 실제 이익은 두 배로 늘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기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시장이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좋은 실적이 나왔는데도 주가가 실망스럽게 반응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강해지는 순간에는 이 두 판단이 쉽게 섞입니다. 산업의 미래를 낙관하는 근거가 지금의 가격까지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일과 그 가능성이 가격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따지는 일은 서로 다릅니다. 전망에 동의하는 것만으로 가격에 대한 검토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새로운 산업을 둘러싼 이야기를 읽을 때는 “정말 세상을 바꿀까?”에 더해 “현재 가격이 정당화되려면 어떤 성과가 필요할까?”라는 질문도 필요합니다. 높은 가격만으로 버블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낙관적인 이야기만으로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도 없습니다. 미래의 변화와 그 미래에 붙은 가격을 구분하는 것이 과열된 시장을 읽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참고자료
실러의 노벨상 수상 강연 : Speculative Asset Prices
연합뉴스, 「코스피, 소폭 하락 9천선 턱걸이…코스닥 1,000선 밑으로」, 2026.6.19
서울신문, 「[포토] 코스피, 연이틀 폭락…‘6천피’ 붕괴」, 2026.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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