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식

1주택자라면 꼭 그 집에 살아야 할까? 실거주 요건은 정말 공정한가?

econinsight365 2026. 8. 24. 00:00

 

 

 

집 한 채를 가진 것과 그 집에서 사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

최근 정부의 세제개편을 둘러싸고 1주택자의 ‘실거주’를 어디까지 세제 혜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실거주를 중요하게 보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주택을 단순히 자산으로 보유한 사람보다 실제 생활공간으로 사용하는 사람을 더 보호하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큰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적정한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정책의 취지가 타당하다고 해서 구체적인 제도까지 반드시 공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집을 한 채만 가진 사람과 그 집에서 실제로 사는 사람 가운데 누구를 세법상 ‘실수요자’라고 보아야 할까요?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조세정의의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바쁜 사람을 위한 핵심 요약

- 1주택은 소유를 기준으로 한 개념이고 실거주는 생활을 기준으로 한 개념입니다.
- 실거주를 세제 혜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나름의 근거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실수요자를 완벽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 직장 이동, 자녀 교육, 부모 봉양, 은퇴 등으로 자신의 집에 살지 못하는 1주택자도 있습니다.
- 반대로 고가주택에서 실제 거주했다는 이유만으로 큰 양도차익까지 폭넓게 우대하는 것이 공정한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 해외에서도 주된 거주주택을 우대하지만 보유·거주기간, 양도차익, 재구매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합니다.
- 조세정의에 대한 사회적 판단은 시대와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따라서 주택세제처럼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일수록 충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논의가 중요합니다.

 

 

왜 1주택자는 세금에서 특별하게 취급될까?

주택은 다른 자산과 조금 다릅니다.

주식이나 채권은 주로 투자와 저축을 위해 보유하지만 주택은 자산인 동시에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입니다.

집값이 크게 올랐다고 해도 그 집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 가격 상승분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소득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집을 팔았다면 다른 곳에서 살 집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이 가계의 중요한 자산이자 노후를 대비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 세법은 오랫동안 일정한 요건을 갖춘 1세대 1주택을 일반적인 투자용 부동산과 다르게 취급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생활을 위해 보유한 한 채의 집과 여러 채의 주택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는 경우를 세금에서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반드시 공평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그렇다면 ‘생활을 위한 집’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한 채를 가진 사람’과 ‘그 집에서 사는 사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택 수를 보는 것입니다.

한 채만 가지고 있으면 실수요자로 보고 여러 채를 가지고 있으면 투자수요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서울에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직장을 따라 부산으로 내려가 전세로 살면서 서울 집을 임대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를 돌보기 위해 자기 집을 임대하고 부모가 사는 지역에서 생활할 수도 있습니다.

자녀 교육이나 해외근무 때문에 몇 년 동안 자신의 집을 떠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직장,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여러 사정으로 살던 집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생활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모두 1주택자이지만 자기 집에는 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한 사람과 동일하게 보아야 할까요?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실거주자=보호해야 할 사람’도 아니다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수십억원의 주택 한 채를 가지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해 상당한 양도차익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람은 분명 실거주자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거주했다는 이유만으로 큰 규모의 자본이득까지 폭넓게 세제상 우대하는 것이 조세정의에 부합할까요?

조세에는 경제적 능력이 비슷한 사람은 비슷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수평적 형평성(Horizontal Equity)과 담세력이 큰 사람은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수직적 형평성(Vertical Equity)이라는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따라서 실거주 여부만으로 세제 혜택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도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거주 여부와 담세력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거주를 따지는 것은 새로운 생각일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1세대 1주택 제도의 역사를 살펴보면 보유기간과 거주기간 가운데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인가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일정 기간 실제 거주해야 1세대 1주택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장기간 보유한 경우에는 거주요건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도 사용했습니다.

 

이후 부동산시장 상황과 정책 방향에 따라 보유와 거주의 상대적인 중요성은 여러 차례 변화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논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질문입니다.

주택세제는 소유를 기준으로 해야 할까요, 아니면 실제 거주를 기준으로 해야 할까요?

그리고 부동산시장이 과열될 때는 실거주를 강조하고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다시 규제를 완화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또 다른 문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세제도의 기본원칙이 단기적인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지나치게 자주 바뀌는 것은 바람직할까요?

 

최근 세제개편안도 하나의 정책적 선택이다

최근 정부가 제시한 주택세제 개편 방향 역시 이런 오랜 논쟁의 연장선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실거주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면 여기에는 하나의 가치판단이 들어 있습니다.

주택을 얼마나 오래 가지고 있었는가보다 실제로 그곳에서 얼마나 오래 생활했는가를 세제상 더 중요하게 보겠다는 것입니다.

 

그 판단 자체를 처음부터 옳거나 그르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기준이 국민의 실제 삶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가입니다.

세법이 정한 ‘거주기간’이라는 숫자가 실수요와 투자수요를 충분히 구별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세금을 기준으로만 거주지를 결정하지 않는다

사람이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직장을 옮길 수도 있고 자녀의 학교 때문에 이사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를 돌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생활할 수도 있습니다.

 

퇴직 후에는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지역으로 옮기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부부의 직장이 서로 다른 지역에 있을 수도 있고 재건축이나 재개발 때문에 몇 년 동안 다른 곳에서 생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거주는 개인의 직업과 가족관계, 생애주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세제 혜택을 특정 주택에서의 거주기간과 지나치게 강하게 연결하면 국민이 자신의 필요가 아니라 세금을 고려해 거주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세금은 국민의 선택에 얼마나 개입해야 할까?

여기에서 경제학의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인 조세중립성(Tax Neutrality)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금이 개인이나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적 선택을 필요 이상으로 왜곡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더 좋은 일자리를 얻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는데 자기 집에서 거주하지 않으면 세제상 불리해진다는 이유로 이사를 망설인다면 어떨까요?

 

부모를 돌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살고 싶지만 세금 때문에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그때 세금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에 부담을 부과하는 제도를 넘어 국민의 거주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가 됩니다.

물론 모든 세금은 어느 정도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정도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입니다.

 

경제학이 말하는 ‘잠금효과’

이와 관련해 경제학에서는 잠금효과(Lock-in Effect)라는 개념을 이야기합니다.

세금 때문에 사람들이 자산을 팔거나 이동하는 것을 미루는 현상입니다.

주택을 팔 때 큰 세금이 발생하거나 특정 기간을 더 거주해야 상당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현재 주택이 자신의 생활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아도 매각이나 이사를 미룰 수 있습니다.

 

이는 주거 문제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이동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면 노동시장의 효율성과도 연결됩니다.

따라서 주택세제를 평가할 때는 얼마의 세금을 걷을 것인가뿐 아니라 그 세금이 국민의 정상적인 이동과 선택을 얼마나 왜곡하는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해외에서도 하나의 정답은 없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OECD 국가 상당수는 실제 생활하는 주된 거주주택(Main Residence 또는 Principal Residence)의 양도차익에 특별한 세제 혜택을 줍니다.

 

하지만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주된 거주주택의 양도차익을 폭넓게 면제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일정한 보유기간이나 거주기간을 요구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일정 금액 이하의 양도차익만 우대하기도 하고, 새로운 주거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과세를 이연하는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 사례를 단순히 “외국도 실거주를 따지므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오히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각 나라가 조세 형평성, 실수요자 보호, 주거 이동성이라는 서로 충돌할 수 있는 가치 사이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균형을 찾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도 한때는 ‘다음 집을 샀는가’를 따졌다

미국의 제도 변화는 특히 흥미롭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주된 거주주택을 매각하면 개인은 일정 금액까지 양도차익을 과세소득에서 제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준이 주택 매각 전 5년 가운데 최소 2년을 소유하고 최소 2년을 주된 거주지로 사용했는가입니다.

그런데 미국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 미국 연방세법에는 IRC §1034라는 주된 거주주택 양도차익의 과세이연제도가 있었습니다.

주된 거주주택을 매각한 사람이 원칙적으로 매각 전후 2년 이내에 새로운 주된 거주주택을 구입하면 일정 요건 아래 기존 주택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뒤로 미룰 수 있었습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이해하기 쉬운 제도입니다.

집을 팔아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이 발생했더라도 그 돈을 다시 자신이 살 집을 마련하는 데 사용했다면 일반적인 투자이익과 똑같이 볼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1997년 세법 개정을 통해 이 제도를 폐지하고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현재는 새로운 집을 반드시 구입해야만 혜택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일정한 소유·거주 요건을 충족한 주된 거주주택의 양도차익을 일정 한도까지 과세에서 제외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의 변화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줍니다.

주택세제는 한번 만들어지면 영원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방식과 경제환경, 제도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 계속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거주 혜택이 크다고 반드시 공평한 것도 아니다

OECD도 주된 거주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무조건 확대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주된 거주주택의 양도차익을 폭넓게 면제하면 주거 이동을 쉽게 하고 잠금효과를 줄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가주택에서 발생한 매우 큰 양도차익까지 모두 면제하면 자산이 많은 가구가 훨씬 큰 금액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여기에서도 효율성과 형평성이 충돌합니다.

그래서 일정 수준 이상의 큰 양도차익에는 과세하면서 일반적인 주거용 주택에는 혜택을 유지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됩니다.

이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조세정의는 ‘실거주인가 아닌가’라는 하나의 기준만으로 완성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함께 보아야 할까?

주택세제를 설계하려면 적어도 몇 가지 요소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주택 수입니다. 한 채인지 여러 채인지에 따라 주택 보유의 성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는 보유기간입니다. 단기간의 매매와 장기간 생활자산으로 보유한 경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셋째는 거주기간입니다. 실제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넷째는 실제로 발생한 경제적 이익과 담세력입니다. 같은 1주택자나 실거주자라도 양도차익과 경제적 능력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직장 이동, 가족 돌봄, 해외근무 등 거주하지 못한 합리적인 사유를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기준만으로 실수요자를 완벽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바로 그래서 세제 설계가 어려운 것입니다.

 

 

 

 

조세정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이 공정한 세금인가에 대한 사회의 판단도 시대와 경제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시기에는 한 채의 집을 오랫동안 보유한 사람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자산 격차가 확대되면 같은 제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거주를 지나치게 강조해 직장이나 가족 문제로 다른 곳에 살아야 하는 1주택자에게 큰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공정성의 판단도 달라질 것입니다.

 

결국 조세정의(Tax Justice)는 법률 조문만으로 완성되는 개념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수평적·수직적 형평성 같은 기본원칙이 중요하지만 경제·사회적 여건과 국민이 받아들이는 공정성 역시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정책담당자의 판단이 항상 옳을 수 있을까?

여기에서 정책을 만드는 과정의 중요성이 나타납니다.

정부의 정책담당자와 전문가들은 많은 자료와 분석을 토대로 제도를 설계합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미래의 부동산시장이나 국민의 행동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의도로 만든 제도라도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도 있습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1주택자’와 현실에서 살아가는 1주택자의 모습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서울의 한 집에서 계속 거주하는 가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직장을 따라 지역을 옮기는 사람도 있고 부모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집을 떠나는 사람도 있으며 은퇴 후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책담당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삶의 모습은 언제나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책담당자의 판단이 잘못되었거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책이 이미 결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의견수렴이 중요하다

특히 주택세제는 국민의 재산뿐 아니라 거주와 직장, 가족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그만큼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의견을 듣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정부와 조세전문가뿐 아니라 실제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1주택자, 은퇴 후 거주지를 옮기려는 사람, 임대인과 임차인 등 다양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의견수렴은 단순히 정책 발표 전에 거쳐야 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책담당자가 미처 보지 못한 국민의 다양한 삶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세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세에는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이 이익을 얻고 어떤 사람들이 부담을 더 지게 되는지, 예상하지 못한 사각지대는 없는지를 정책 시행 전에 최대한 확인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도가 시행된 뒤 예상하지 못한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난다면 이를 다시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택은 ‘사는 (buying) 것’이면서 ‘사는 (living) 곳’이다

우리말의 ‘사는 집’에는 흥미롭게도 두 가지 의미가 겹쳐 있습니다.

돈을 주고 사는(buying) 집이면서 사람이 사는(living) 곳이기도 합니다.

 

주택정책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주택은 생활공간인 동시에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중요한 자산입니다.

 

따라서 주택을 오직 투자자산으로 바라봐도 현실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고, 오직 생활공간으로만 바라봐도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이라는 문제를 외면하게 됩니다.

주택세제 역시 이 두 가지 성격을 함께 바라봐야 합니다.

 

한 걸음 더

최근의 논쟁을 보면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맞는가, 틀린가”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세법은 어떤 사람을 실수요자라고 보아야 할까요?

집 한 채만 가진 사람일까요?

그 집에서 실제로 사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한 채의 집을 오랫동안 보유하면서 직장과 가족, 생애주기에 따라 거주지를 옮겨온 사람까지 포함해야 할까요?

 

1주택은 소유의 개념이고 실거주는 생활의 개념입니다.

둘은 상당 부분 겹치지만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닙니다.

또한 실거주한다고 해서 담세력이 모두 같은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좋은 주택세제는 국민에게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사실상 요구하는 제도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투기 목적의 주택 보유에는 적절한 부담을 지우면서도 직장 이동, 부모 봉양, 자녀 교육, 은퇴 등 국민의 정상적인 삶의 변화까지 세금으로 제약하지 않는 정교함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실제로 큰 자본이득을 얻었다면 실거주라는 이유만으로 그 이익을 어디까지 세제상 보호해야 하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이 공정한가에 대한 사회의 판단 역시 시대와 경제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정부가 어떤 기준을 정했느냐만이 아닙니다.

 

그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의 다양한 삶과 목소리를 얼마나 충분히 들었는가, 제도가 예상하지 못한 불공정을 만들었을 때 이를 다시 고칠 수 있는가도 중요합니다.

조세정의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하나의 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민의 삶을 충분히 살펴보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듣고, 그 시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는 것.

어쩌면 좋은 조세정책은 정답을 선언하는 데서가 아니라 충분히 듣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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