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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인구는 줄어드는데 왜 수도권의 ‘원하는 집’은 부족할까?

econinsight365 2026. 9. 18. 21:55

탈서울·아파트 선호·주택 미스매치·주거사다리의 경제학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접했습니다.

9월 18일 매경이코노미는 「집값 감당 힘들어…‘탈서울’ 23만명 어디로 갔나」라는 기사에서 올해 상반기 서울을 떠나 다른 시·도로 이동한 사람이 23만명을 넘었고, 그 가운데 상당수가 경기와 인천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서울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우리나라 전체 인구도 감소한다면 앞으로 수도권의 주택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까요?

반드시 그렇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서울을 떠난 사람이 경기나 인천으로 이동한다면 주택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수도권 안에서 위치가 달라진 것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가구 수의 변화, 지난 수십 년간 높아진 주거서비스 수준, 아파트 선호, 주거사다리까지 생각하면 인구감소 시대의 주택 문제는 단순히 사람 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30초 핵심 요약 : 수도권 주택 미스매치]

• 가구 분화: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1·2인 가구 증가와 가구 분화로 주택 수요가 곧바로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 기대 기준 상승: 주거서비스 향상을 경험하면서 주차·보안·관리 등을 갖춘 '원하는 집'의 기준이 높아졌습니다.
• 수도권 내 이동과 미스매치: 탈서울은 경기·인천으로의 공간 이동이며, 전체 주택 수와 별개로 선호 유형(아파트 등)의 공급 불일치가 발생합니다.

 

인구보다 빠르게 늘어온 가구 수

주택수요를 이해하려면 먼저 인구와 가구를 구분해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 네 명이 한집에서 살면 인구는 4명이지만 필요한 주택은 한 채입니다. 그러나 자녀 두 명이 독립해 각각 별도의 가구를 구성하면 인구는 그대로 4명이지만 가구는 세 가구가 됩니다.

사람 수가 늘지 않아도 가구가 분화하면 필요한 주거공간은 늘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앞으로 새롭게 나타날 현상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과 독립, 출산 감소, 고령자 단독가구 증가, 1인가구 증가 등으로 한 가구를 구성하는 사람의 수가 계속 줄어왔습니다. 과거의 대가족 중심 주거에서 핵가족을 거쳐 1·2인가구 중심으로 가구구조가 변해온 것입니다.

따라서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는 동안에도 가구 수는 계속 증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전국 총가구는 2022년 2,166만 가구에서 2041년 2,437만 가구까지 증가한 뒤 감소할 전망입니다. 2052년에도 2,328만 가구로 2022년보다 많습니다.

평균 가구원 수는 2022년 2.26명에서 2052년 1.81명으로 감소하고, 1인가구는 같은 기간 739만 가구에서 962만 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즉 앞으로 나타날 현상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계속돼 온 가구 소형화와 가구 분화가 인구감소 시대에도 한동안 이어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주택을 필요로 하는 가구 수도 동시에 감소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원하는 집'의 기준도 높아졌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나타난 변화는 가구 분화만이 아닙니다.

경제성장과 도시화, 대규모 주택건설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누리는 주거서비스(housing services)의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주택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히 비바람을 피하고 잠을 자는 공간에 그치지 않습니다.

방의 수와 면적, 난방과 급배수는 물론 주차공간, 엘리베이터, 보안, 건물 관리, 녹지, 놀이터, 주변 편의시설, 교통 접근성 등 다양한 요소가 주거서비스를 구성합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거조건도 달라졌습니다.

특히 아파트의 보급은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확산시켰습니다. 일정한 관리체계와 주차장, 엘리베이터, 보안시설, 녹지와 편의시설을 갖춘 주거환경을 경험하는 가구가 늘면서 ‘괜찮은 집’에 대한 사회적 기준 자체가 높아진 것입니다.

 

좋은 집이 ‘보통의 집’이 되는 이유 

여기에는 경제적인 변화뿐 아니라 심리적인 변화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더 나은 생활환경을 경험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환경에 적응합니다.

처음에는 큰 개선으로 느껴졌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일상적인 생활수준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행동경제학의 준거점(reference point)이라는 개념을 주거에도 적용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단지 관리, 보안시설 등을 이용하는 것이 주거수준의 큰 향상으로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활했거나 태어나면서부터 경험한 세대에게는 다릅니다.

그들에게 일정 수준의 주차·보안·관리·편의시설은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주택이라면 갖추기를 기대하는 기본적인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더 좋은 집’이 다음 세대에게는 ‘보통의 집’이 되는 셈입니다.

그 결과 경제가 성장하면서 나타난 주거서비스의 향상은 단순히 기존 주택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주택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를 바꾸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점은 인구감소 시대의 주택시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가구 분화는 필요한 주택의 수를 늘렸고, 주거서비스의 향상은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의 기준을 높였습니다.

 

탈서울은 탈수도권일까요? 

여기에 공간적인 이동이 더해집니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 서울의 총가구는 408만 가구, 경기는 537만 가구였습니다.

2052년에는 서울이 약 397만 가구로 감소하는 반면 경기는 약 653만 가구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인천도 약 145만 가구로 늘어나 경기·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가구가 많은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과 경기·인천을 완전히 별개의 주택시장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하더라도 서울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고 서울의 교육·문화·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거주지는 서울 밖으로 이동했지만 경제생활권은 수도권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탈서울’이 반드시 ‘탈수도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거비가 바꾸는 수요의 위치 

서울을 떠나는 모든 사람의 이동을 집값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직장, 결혼, 교육, 가족관계 등 다양한 요인이 거주지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높은 주택가격과 주거비 때문에 서울에서 원하는 집을 구하기 어려운 가구가 경기·인천으로 이동한다면, 그 수요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공간적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의 인구나 가구가 감소한다는 사실만으로 수도권 전체의 주택수요도 같은 속도로 감소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장기 인구전망에서도 지역 간 차이는 큽니다. 국가데이터처는 2022년 대비 2052년 총인구가 증가할 시도를 세종과 경기로 전망하고 있으며, 생산연령인구 감소율도 경기와 인천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있는 집’과 ‘원하는 집’의 차이 

이제 이번 글의 핵심에 도달합니다.

주택은 모두 같은 상품이 아닙니다.

위치가 다르고 면적이 다르며 지어진 시기도 다릅니다. 교통·주차·보안·관리·교육환경·생활편의시설도 서로 다릅니다.

같은 수도권에 있다고 해서 서울 접근성이 좋은 아파트와 교통이 불편한 외곽의 주택을 동일한 선택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지역에서도 신축 아파트와 노후 다세대주택이 제공하는 주거서비스는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 주택재고가 충분하더라도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유형·가격·품질과 실제 주택재고의 구성이 맞지 않는다면 체감하는 주택 부족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집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있는 집’과 ‘원하는 집’ 사이의 불일치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주택 미스매치(Housing Mismatch)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왜 아파트를 선호할까요? 

그렇다면 실제 사람들은 어떤 집을 원할까요?

국토연구원이 2026년 3월 발표한 「비아파트 소유 기피 현상과 주거정책 과제」에서 인용한 2025년 조사에서는, 생애최초 주택구입 시 선호하는 유형으로 응답자의 79.7%가 아파트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해당 조사 응답자의 구매 선호를 보여주는 결과이며, 전체 국민의 주거 선호와 동일하게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진은 비아파트의 주거여건과 관리 문제뿐 아니라 자산가치 등에 대한 우려도 비아파트 소유 기피와 관련된 요인으로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현재 살고 있는 집과 앞으로 사고 싶은 집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년층이 경제적인 이유로 원룸이나 연립·다세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고 해서 향후 주택을 구입할 때도 같은 유형의 주택을 선호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앞에서 살펴본 주거서비스 수준의 향상과 준거점의 변화를 함께 생각하면 아파트 선호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아파트가 좋아서’라기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주차·관리·보안·편의성 등의 주거서비스를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종합적으로 제공해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비아파트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렇다고 비아파트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청년층과 1인가구에게는 직장과 가까우면서 상대적으로 부담 가능한 비아파트가 중요한 주거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은 아파트냐 비아파트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선택할 만한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있습니다.

비아파트라도 주차·보안·관리·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임차보증금의 안전성과 신뢰가 높아진다면 중요한 주거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주거사다리 문제가 등장합니다.

 

 

주거사다리는 작동하고 있을까요? 

주거사다리는 가구가 소득과 자산, 가족구성의 변화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주택으로 이동해가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전·월세에서 시작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주택을 마련하고, 이후 자산을 축적하면서 가족구성과 소득에 맞는 주택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비아파트도 이러한 과정의 한 단계가 될 수 있습니다.

국토연구원 역시 비아파트의 역할과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검토하면서 주거사다리 기능의 회복을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다리의 중간 단계에 있는 주택을 실제로 살고 싶어 하고, 소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더라도 주거서비스의 질이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크고 향후 자산가치에 대한 기대도 낮다면 주거사다리의 중간 단계로 선택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주거사다리의 첫 칸이 너무 높다면? 

반대편의 문제도 있습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아파트 선호가 높은 상황에서 수도권의 선호 아파트 가격이 소득과 자산에 비해 높다면 원하는 주택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의 첫 칸 자체가 높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선호도가 낮은 주택의 숫자만 늘린다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주거사다리의 각 단계가 실제로 연결돼 있느냐입니다.

안정적인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면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지, 비아파트가 실제로 선택할 만한 품질과 안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이후 소득과 가족구성이 달라질 때 다음 단계의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구가 줄면 집값도 떨어질까요? 

장기적으로 인구와 가구의 감소는 주택수요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러나 인구감소 하나만으로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가구 분화와 수도권 내부의 이동, 직장과 교통망의 집중, 주택유형에 대한 선호, 주거서비스에 대한 기대수준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국적인 인구감소와 수도권 일부 지역·주택유형에 대한 수요 집중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수도권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의미도 아니고, 반대로 인구가 줄면 집값이 모두 떨어진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오히려 인구감소 시대에는 어느 지역의 어떤 주택인가에 따른 차이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택 수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 

결국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첫째, 가구가 계속 분화했습니다.

둘째, 경제성장과 함께 주거서비스의 수준이 향상됐습니다.

셋째, 더 나은 주거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주거수준의 준거점도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과거에 형성된 주택수요의 구조가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 주택 수뿐 아니라 가구 수, 지역별 이동, 주택유형, 주거품질과 사람들이 원하는 주거서비스를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 걸음 더

부모와 성인 자녀 두 명이 한 집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자녀들이 각각 직장 가까운 곳으로 독립하면 네 사람이라는 인구는 그대로지만, 생활하는 집은 한 채에서 세 채로 늘어납니다. 부모가 더 작은 집을 원하더라도 원하는 지역과 비용에 맞는 집을 찾지 못하면 기존 집에 계속 살 수 있습니다.

이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같은 집이 아닙니다. 자녀에게는 직장과 가까운 작은 집이, 부모에게는 관리하기 편하고 익숙한 생활을 이어갈 집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인구 숫자 하나로는 이런 서로 다른 수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주택수요를 읽을 때는 사람 수의 변화와 함께 사람들이 어떻게 나누어 살고 어디로 이동하는지 보아야 합니다. 가족의 독립과 은퇴, 직장의 변화는 서로 다른 주택수요를 만듭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에서도 일부 지역의 특정한 집이 부족할 수 있는 이유는 생활의 구성과 위치가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핵심 부동산 경제학 용어 정리]

• 주택 미스매치 (Housing Mismatch): 시장 내 전체 주택 수와 무관하게, 수요자가 원하는 위치·유형·품질과 실제 주택 재고의 구성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입니다.
• 준거점 (Reference Point): 사람들이 어떤 상태나 결과를 평가할 때 비교의 기준으로 삼는 기준점입니다. 주거에서는 더 나은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과거의 ‘좋은 집’이 현재에는 당연한 ‘기본 조건’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 주거사다리 (Housing Ladder): 가구가 소득과 자산, 가족구성의 변화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주택으로 단계적으로 이동해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참고자료

통계청, 「장래가구추계: 2022~2052년」, 2024년 9월 12일 — 전국 가구 수, 평균 가구원 수와 1인가구 전망

국토연구원, 「비아파트 소유 기피 현상과 주거정책 과제: 청년 주거안정을 중심으로」, 2026년 3월 3일 — 생애최초 주택구입 유형 선호와 비아파트의 주거정책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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