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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이야기

미국은 땅이 넓은데 왜 집이 부족할까?

econinsight365 2026. 9. 23. 20:17

 

용도지역제·단독주택·주택공급으로 보는 미국 주택시장의 경제학

미국은 세계에서 국토가 가장 넓은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끝없이 펼쳐지는 넓은 땅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주택문제는 중요한 경제문제입니다. 특히 일자리와 인구가 집중된 대도시에서는 집을 사거나 빌리는 비용이 많은 가구에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조금 이상해 보입니다.

땅이 이렇게 넓은데 왜 집이 부족할까요?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미국 전체의 땅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주택은 아무 곳에나 지을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는 일자리와 교통, 학교와 생활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그 지역에서 실제로 주택을 지으려면 토지가 있어야 하고, 법적으로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지을 수 있어야 하며, 건설비와 금융비용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미국의 주택문제는 단순한 토지의 부족이라기보다

좋은 입지의 한정된 토지 + 토지이용 규제 + 높은 건설비 + 주택 유형의 제약 + 소득에 맞는 주택의 부족

이 함께 작용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30초 핵심 요약 : 미국 주택 부족의 구조적 원인]

• 입지 및 조닝(Zoning) 제약: 땅이 넓어도 핵심 도시의 토지는 한정되어 있으며, 엄격한 용도지역제가 고밀도 및 다양한 주택 건설을 제한합니다.
• Missing Middle Housing의 부재: 단독주택과 대형 아파트 사이에 위치한 듀플렉스·타운하우스 등 중간밀도 주택의 공급이 부족합니다.
• 높은 건설·금융 비용: 자재비, 인건비, 금리 부담으로 인해 신규 공급 주택의 가격대가 높게 형성됩니다.
• 저소득층의 주택 부족: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도 가격대별 차이가 있습니다. 극저소득 임차가구가 감당할 수 있고 실제 이용 가능한 주택은 약 720만 호 부족합니다. 

 

땅이 많으면 집도 충분히 지을 수 있지 않을까요?

국가 전체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은 위치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집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잠을 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직장이 있는 곳, 통근하기 편한 곳, 학교와 병원이 가까운 곳, 생활시설을 이용하기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미국 중부의 넓은 토지가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처럼 경제활동이 집중된 지역의 주택용 토지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 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여기에서도 주택의 공간적 비이동성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이동할 수 있지만 집과 땅은 이동할 수 없습니다.

결국

미국의 넓은 국토 ≠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의 충분한 주택용 토지

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원하는 곳에 집을 더 지으면 되지 않을까요?

여기서 미국 주택시장의 중요한 특징인 zoning(용도지역제)이 등장합니다.

지방정부는 토지를 주거·상업·산업 등으로 구분할 뿐 아니라 주거지역에서도 어떤 형태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지 규정합니다.

지역에 따라 건물의 높이와 밀도, 최소 대지면적, 주차장 설치기준, 건물과 도로 사이의 거리 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토지가 있다고 해서 토지 소유자가 원하는 만큼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 필지에 단독주택 한 채만 허용되는 지역에서는 같은 땅에 두 가구가 사는 듀플렉스나 여러 가구가 사는 소규모 공동주택을 짓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서도 주택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HUD가 소개한 연구에서도 엄격한 토지이용 규제가 신규주택 건설비용을 높이고 수요에 맞는 공급을 어렵게 할 수 있으며, 특히 아파트나 중간밀도 주택을 제한하는 규제가 주택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미국의 단독주택 중심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미국 교외지역을 떠올리면 넓은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익숙합니다.

자동차 보급과 고속도로 건설, 교외 개발이 확대되면서 단독주택 중심의 주거지역도 넓어졌습니다.

단독주택은 많은 미국 가구가 선호해 온 주거 형태입니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같은 토지에 적은 수의 가구만 거주하기 때문에 주택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에서는 토지를 많이 필요로 합니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큰 단독주택을 원하는 것도, 고층 아파트를 원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는 다양한 주택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Missing Middle Housing’은 무엇일까요?

듀플렉스(duplex), 트리플렉스(triplex), 타운하우스(townhouse), 소규모 공동주택 등이 대표적입니다.

단독주택보다는 여러 가구가 살지만 대규모 고층 아파트보다는 작은 주택입니다.

그래서 이런 유형을 흔히 Missing Middle Housing, 즉 단독주택과 대규모 공동주택 사이의 ‘중간주택’이라고 부릅니다.

이 주택의 장점은 기존 저층 주거지역의 모습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같은 면적에 더 많은 가구가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필지에 한 가구만 살던 곳에 듀플렉스가 들어서면 같은 토지를 두 가구가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지역의 용도지역 규정은 이런 형태의 주택 건설을 제한해 왔습니다. HUD 자료에서도 타운하우스·듀플렉스·포플렉스·코트야드 아파트 등을 Missing Middle Housing의 사례로 설명합니다.

따라서 미국의 주택공급 문제는 단순히

“집을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집을 지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규제를 풀면 집값 문제가 모두 해결될까요?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용도지역 규제를 완화하면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주택을 건설하려면 토지를 사고 자재를 구입하고 근로자를 고용하며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에는 비용이 듭니다.

2025년 미국에서 새로 판매된 단독주택의 중위가격은 약 41만7,400달러였습니다.

따라서 토지이용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민간 건설회사가 저소득층이 부담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을 자동으로 공급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개발사업은 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주택공급 문제와 주거비 부담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완전히 같은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은 실제로 집이 부족하기만 할까요?

여기에서도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 전체가 똑같은 상황은 아닙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공동주택 건설이 크게 늘어난 지역도 있습니다.

Harvard 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다가구주택 건설로 임대주택 공급이 증가하면서 전국 임대주택 공실률은 2022년 5.9%에서 2026년 1분기 7.3%로 상승했습니다.

지역 차이도 큽니다.

건설이 활발했던 오스틴에서는 2021년 이후 아파트 공실률이 약 5%포인트 높아지고 매매주택 매물도 크게 증가한 반면, 공급 증가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시카고에서는 변화가 훨씬 작았습니다.

즉

주택공급 증가 → 공실 증가 → 임대료 상승압력 완화라는 시장조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의 주거비 문제가 해결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집은 늘었는데 왜 저소득층의 주택은 부족할까요?

여기서 주택의 가격대가 중요해집니다.

새로 지어지는 주택이 모두 저렴한 것은 아닙니다.

Harvard JCHS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임대주택 재고의 순증가는 높은 임대료의 주택에서 나타난 반면 2014~2024년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 임대료 기준으로, 월 임대료 1,000달러 미만 주택은 약 700만 호 감소했습니다. 또한 극저소득 임차가구 약 1,100만 가구가 이용할 수 있고 감당 가능한 주택은 약 380만 호에 불과해 약 720만 호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미국의 주택문제를 이해할 때는 최소한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주택의 총량

주택의 위치

주택의 가격대

집이 많이 지어져도 필요한 지역에 없거나 필요한 가구가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라면 주거문제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규제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여러 주와 지방정부에서는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토지이용 규정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일부 주에서 단독주택 지역에 ADU(부속주거시설)를 허용하거나, 상업지역에서 공동주택을 허용하고, 개발승인 절차를 보다 객관화하는 등의 제도개편이 추진됐습니다. Harvard JCHS는 이러한 변화가 개발 가능한 토지를 늘리고 한 필지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해 가구당 토지비용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규제완화의 효과는 지역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미 토지가 충분하고 주택수요가 약한 지역과, 일자리와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토지가격이 높은 지역은 같은 정책에 다르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규제를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미국은 오스트리아·덴마크·싱가포르·일본과 무엇이 다를까요?

이번 시리즈를 연결해 보면 각 나라가 서로 다른 주택문제를 보여줍니다.

 

오스트리아 → 사회주택이라는 자산을 어떻게 오래 유지할 것인가

덴마크 → 주택에서 생긴 재원을 어떻게 다시 주택으로 순환시킬 것인가

싱가포르 → 공공지원과 자가보유·자산형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일본 → 인구감소 속에서 주택의 위치와 품질의 미스매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미국 →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다양한 형태와 가격의 주택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특히 일본과 미국은 국가 전체의 주택이나 토지 숫자만으로 주택문제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인구감소 속에서 나타나는 지역·주택 품질의 미스매치가 중요한 반면, 미국은 좋은 입지의 제한, 토지이용 규제, 높은 건설비와 가격대별 공급 불균형이 중요한 문제로 나타납니다.

같은 ‘주택문제’라도 나라별로 핵심 문제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에서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미국의 주택제도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도시의 밀도, 대중교통 체계, 토지이용제도, 주택 유형과 주거문화가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국 사례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주택공급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몇 만 호를 공급한다는 숫자만으로 충분할까요?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필요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규제를 완화해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과 저소득층이 부담할 수 있는 주택을 확보하는 것은 같은 문제일까요?

또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교통·학교·공원 같은 도시 인프라는 어떻게 함께 확충해야 할까요?

미국의 경험은 주택공급량뿐 아니라 위치·유형·가격대와 도시 인프라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 걸음 더

단독주택이 있는 동네에 여러 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을 허용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곳으로 이사하려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됩니다. 반면 기존 주민은 주차와 교통, 학교의 혼잡을 걱정할 수 있습니다.

새 주택의 혜택을 받을 사람은 아직 그 동네 주민이 아닐 수 있지만, 공사와 생활환경의 변화를 겪는 사람은 이미 그곳에 살고 있습니다. 같은 공급정책을 서로 다르게 평가할 이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주택공급은 땅과 건축비뿐 아니라 이런 이해관계의 조정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공급을 늘리려면 허용하는 주택 수와 함께 늘어날 교통·교육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설명해야 합니다. 기존 주민의 불편을 줄이면서 새로운 입주자의 기회를 넓힐 방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집이 부족하다는 공감이 있어도 실제 건설에 합의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핵심 미국 주택정책 및 도시 용어 정리]

• 용도지역제 (Zoning): 토지의 용도(주거·상업 등)와 건물의 밀도, 높이, 주차 기준 등을 법적으로 제한하여 토지 이용 형태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 Missing Middle Housing (중간주택): 단독주택과 고층 아파트 사이에 위치하는 듀플렉스, 트리플렉스, 타운하우스 등 중간 밀도의 다양한 주택 유형입니다.
• ADU (Accessory Dwelling Unit, 부속주거시설): 기존 단독주택의 부지나 건물 안에 추가로 설치하는 독립된 소규모 주거공간으로, 별채나 차고 개조형 주택 등이 대표적입니다.
• 공간적 비이동성 (Spatial Immobility): 토지와 주택은 위치가 고정되어 있어 수요가 많은 대도시로 물리적으로 이동시킬 수 없는 경제적 특성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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