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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이야기

일본은 빈집이 많은데 왜 새집을 계속 지을까?

econinsight365 2026. 9. 22. 20:52

 

인구감소·도쿄 집중·주택 미스매치로 보는 일본 주택시장의 경제학

일본은 인구감소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사람이 줄어드는데도 새로운 주택은 계속 지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일본 총무성의 2023년 주택·토지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은 약 6,505만 호로 사상 최대였고, 이 가운데 빈집은 약 900만 호, 빈집률은 13.8%로 역시 역대 최고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빈집이 900만 호나 있는데 왜 새집을 계속 지을까요?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주택을 단순히 ‘몇 채 있는가’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주택에는 위치·노후도·크기·교통·일자리 접근성·생활환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일본의 주택문제는 주택의 절대적인 숫자뿐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의 주택과 이미 존재하는 주택 사이의 미스매치 문제이기도 합니다.

 

[30초 핵심 요약 : 일본 주택시장의 미스매치 현상]

• 빈집과 신축의 공존: 빈집이 약 900만 호(13.8%)에 달하지만, 2024년에도 전국에서 약 79만2천 호의 신규주택이 착공됐으며 이 가운데 도쿄권이 약 28만5천 호를 차지했습니다.
• 공간적 비이동성: 주택은 고정 자산이므로 지방의 빈집이 대도시의 주택 부족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 품질 및 위치 미스매치: 노후 단독주택과 도쿄 통근권의 새 아파트는 통계상 같아도 시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상품입니다.
• 컴팩트 시티 추진: 도시 외곽 확장 방지와 서비스 유지 비용 절감을 위해 주요 기능을 집약하는 도시 재편 정책을 시행합니다.

 

일본에는 정말 집이 남아돌까요?

전국 숫자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2023년 일본의 총주택 수는 약 6,505만 호로 2018년보다 4.2%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빈집도 증가해 약 900만 호에 이르렀습니다.

주택 수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빈집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전국의 주택 수를 전국의 인구와 단순하게 비교해서는 실제 주택시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홋카이도의 작은 도시에서 비어 있는 집 한 채가 도쿄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에게 필요한 집 한 채를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주택은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주택은 왜 다른 상품과 다를까요?

일반적인 상품은 수요가 있는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 자동차가 남으면 다른 지역으로 운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은 그렇지 않습니다.

집은 토지 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지역의 주택이 남더라도 다른 지역의 주택부족을 직접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주택에는 강한 공간적 비이동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한 나라 안에서도

빈집이 늘어나는 지역과 새집이 계속 필요한 지역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빈집이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집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통계상의 빈집 약 900만 호에는 임대용·매각용 주택과 별장 등도 포함됩니다. 이들을 제외한 빈집은 약 385만6천 호입니다. 따라서 900만 호 전체를 장기간 방치된 주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주택의 가치는 단순히 지붕과 벽이 있다는 데서 결정되지 않습니다.

직장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역과 얼마나 가까운지, 학교와 병원은 있는지, 건물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내진·단열·설비 수준은 어떤지 등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빈집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 집이 현재 가구가 원하는 주택과 같은 상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지방의 오래된 단독주택과 도쿄 통근권의 새 아파트는 통계상으로는 모두 ‘주택 한 채’입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서로 매우 다른 상품입니다.

이것이 주택 미스매치(housing mismatch)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지금도 집을 많이 짓고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국토교통성 통계를 보면 2024년 일본의 신규주택 착공은 약 79만2천 호였습니다. 이 가운데 도쿄·사이타마·치바·가나가와를 포함하는 도쿄권이 약 28만5천 호를 차지했습니다.

월별 착공은 제도 변화나 경기 상황 등에 따라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2026년 7월에는 전국 신규주택 착공이 전년 동월보다 8.2% 증가했지만 계절조정 연율은 전월보다 1.6%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한 달의 증가율만으로 장기적인 주택수요를 판단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신규주택 건설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왜 오래된 집을 쓰지 않고 새집을 지을까요?

여기에는 주택의 노후화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집은 시간이 지나면 품질이 떨어집니다.

설비가 낡고 에너지 효율이 낮아질 수 있으며 현재 사람들이 원하는 평면이나 편의시설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공동주택은 건물 자체뿐 아니라 관리와 대규모 수선, 장기적인 재건축 문제까지 발생합니다. 일본 국토교통성도 분양맨션의 재고와 함께 40년 이상 된 맨션의 증가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택시장은 단순히

빈집 활용 vs 신규 건설

중 하나만 선택하는 시장이 아닙니다.

노후주택을 수리해 다시 사용할 것인지, 철거할 것인지, 재건축할 것인지, 다른 곳에 새집을 지을 것인지가 동시에 결정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 집인가’입니다

일본의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인구감소는 전국에서 똑같은 속도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일자리·교육·교통·의료·문화시설이 집중된 대도시와 그렇지 않은 지역의 주택수요는 다르게 움직입니다.

따라서 국가 전체의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모든 도시의 주택수요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주택정책에서는 단순히

“전국에 집이 몇 채 있는가?”보다

“사람들이 살고자 하는 곳에 어떤 집이 얼마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일본은 도시를 계속 넓히기만 할까요?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도시를 계속 외곽으로 확장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넓게 흩어져 살면 도로·상하수도·대중교통·병원·복지시설 같은 도시서비스를 유지하는 비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은 Compact City + Network라는 도시정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거와 의료·복지·상업 등 도시기능을 일정한 지역으로 유도하고 대중교통망으로 연결하려는 접근입니다. 2026년 3월 말 기준 971개 도시가 입지적정화계획을 작성했거나 관련 구체적 조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인구감소 시대의 주택문제는 집을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뿐 아니라 사람과 도시기능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대됩니다.

 

빈집을 모두 활용하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빈집 활용은 중요한 선택지입니다.

사용 가능한 빈집을 리모델링해 다시 시장에 공급하면 기존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방치된 주택으로 인한 지역 문제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빈집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요가 거의 없는 지역에 있거나 건물이 심하게 노후됐거나 개보수 비용이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빈집 문제에서는 단순히 “빈집을 살릴 것인가”만이 아니라,

재사용할 집 / 용도를 바꿀 집 / 철거할 집을 구분하는 문제가 중요해집니다.

 

일본 사례는 수도권 주택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앞서 경제인사이트365에서 살펴본 「인구는 줄어드는데 왜 수도권의 ‘원하는 집’은 부족할까?」와 일본 사례는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두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인구가 감소한다고 주택수요가 자동으로 같은 비율로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구구조가 달라지고 사람들이 특정 지역으로 이동하며 원하는 주택의 품질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구감소 = 주택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신규주택 수요가 있다 = 어디에나 계속 집을 지어야 한다라는 결론 역시 성립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 두 가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은 오스트리아·덴마크·싱가포르와 무엇이 다를까요?

이번 시리즈의 네 나라를 연결하면 각각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 사회주택이라는 자산을 어떻게 오래 유지할 것인가

덴마크 → 주택에서 생긴 재원을 어떻게 다시 주택으로 순환시킬 것인가

싱가포르 → 공공지원과 자가보유·자산형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일본 →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택의 위치와 품질의 미스매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따라서 일본 편은 공공주택의 특정 금융제도를 소개하는 글이라기보다 인구감소 시대의 주택시장과 도시공간을 보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에서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일본의 경험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도시구조와 주택재고의 연령, 인구이동, 주택선호, 토지이용제도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 사례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전국적으로 인구가 감소해도 수도권이나 주요 도시의 특정 지역에는 주택수요가 계속 집중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방의 빈집이 늘어나는 것과 수도권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이 부족한 것은 서로 모순되는 현상일까요?

앞으로 주택정책은 신규 공급량뿐 아니라 기존 주택을 어디까지 활용하고, 어느 지역의 주택은 줄이며, 어느 지역에 새로운 주택을 공급할 것인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일본 사례는 이러한 문제에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기보다 인구감소 시대에는 주택의 숫자보다 위치와 품질, 도시구조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 걸음 더

오래된 빈집 한 채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구입가격만 보면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살려면 건물 상태를 확인하고, 수리 범위를 정하며, 공사를 맡길 사람도 찾아야 합니다. 수리 중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견되면 비용과 일정은 다시 달라집니다.

새집과 빈집을 비교할 때는 건물 가격에 이런 준비 과정의 부담도 더해야 합니다. 빈집이 있다는 사실과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이 공급됐다는 사실 사이에는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활용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 있어도, 그 단계를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면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빈집 활용을 돕는 정책은 싸게 살 수 있는 집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기 어렵습니다. 상태와 수리비를 파악하고 실제 이용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합니다. 인구감소 시대의 주택공급에는 새로 짓는 일뿐 아니라, 이미 있는 집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바꾸는 일도 포함됩니다.

 

[핵심 도시경제 및 주택 용어 정리]

• 주택 미스매치 (Housing Mismatch): 양적 주택 수급이 아닌, 원하는 입지·품질·성능과 기존 주택 재고 간의 격차 현상입니다.
• 공간적 비이동성 (Spatial Immobility): 주택이 토지에 고정되어 수요가 발생하는 위치로 이동할 수 없는 경제적 특성입니다.
• 컴팩트 시티 (Compact City): 인구 감소 시대에 맞추어 주거·의료·상업 등 주요 도시 기능을 중심부에 집약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도시 구조입니다.
• 입지적정화계획: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서비스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자체가 수립하는 주거 및 도시기능 유도 계획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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