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호주·미국의 경험으로 보는 균형발전과 집적경제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9월 3일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원칙과 추진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수도권 잔류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4분기 중 이전계획을 확정한 뒤 2027년부터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집적’입니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여러 지역에 나누어 배치하기보다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능이 연관된 기관을 모으고, 지역 대학·산업과 연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기관의 주소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새로운 성장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적으로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면 정말 지역경제가 살아날까요?
그리고 브라질·호주·미국처럼 국토가 매우 넓은 나라의 정부기능 분산 경험을 국토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람들이 왜 수도권으로 모이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0초 핵심 요약 :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집적경제]• 추진 방향: 기존 혁신도시 중심의 '집적 배치'와 지역 대학·산업 연계를 통해 자족적 성장거점을 조성합니다.• 핵심 원리: 기관의 단순 분산보다 기업·인재·기술이 결합하는 집적경제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성패 기준: 단순한 기관 이전 개수가 아니라, 지역 내 자생 가능한 경제적 연결고리가 구축되었는지가 관건입니다. |
정부는 왜 다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할까?
정부가 발표한 2차 공공기관 이전의 5대 원칙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수도권 잔류 최소화 → 기존 혁신도시 중심 집적 배치 → 지역 대학·산업 연계 → 자족적 정주기반 확충 → 속도감 있는 이전입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두 번째와 세 번째입니다.
정부는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관을 집적 배치하고 지역인재 채용과 산학연 연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공공기관을 지방에 흩어놓는 것과 관련 기관을 특정 지역에 모으는 것이 서로 다른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과 기업은 왜 수도권으로 모일까?
지역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 수도권 집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쉽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기업과 사람이 한곳으로 모이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기업이 많은 곳에는 전문인력이 모입니다. 전문인력이 많으면 다시 기업이 들어옵니다. 대학과 연구기관, 금융회사, 법률·회계·컨설팅 같은 전문서비스업도 함께 성장합니다.
정보를 얻기 쉽고 거래 상대를 찾기도 편해집니다.
이렇게 기업과 사람이 가까이 모이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집적경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집적이 지나치게 진행되면 비용도 발생합니다.
주택가격과 임대료가 상승하고 교통혼잡과 출퇴근 시간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지방에서는 청년과 기업이 빠져나가면서 지역경제의 기반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은 단순히 수도권의 것을 지방으로 나누는 문제가 아닙니다.
집적의 이익은 유지하면서 과도한 집중의 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라는 경제적 선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공공기관 하나를 옮기면 지역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까?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가장 먼저 직원이 이동합니다.
가족까지 함께 이동하면 주택·교육·음식점·병원·문화시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합니다.
지역인재를 채용하고 지역기업에서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면 효과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공기관 이전 → 인구 유입 → 지역소비 증가 → 고용 증가 → 세수 증가 → 민간투자 증가
하지만 이 과정이 마지막 단계까지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직원은 지방에서 근무하면서 가족은 수도권에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관은 지방으로 옮겼지만 관련 기업과 전문서비스업체는 수도권에 그대로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관의 주소가 바뀌는 것과 지역의 경제구조가 바뀌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1차 이전의 성과는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기관이 들어온 도시의 인구와 고용이 늘었다는 사실과, 수도권 집중이 완화됐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합니다.
조규민·손동욱의 2020년 연구는 혁신도시의 인구·지방세·종사자 수를 분석했습니다. 지역 고용 증가에 대한 기여는 확인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증가율 격차 변화가 혁신도시 때문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한 지표의 개선으로 정책의 모든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평가하는 지역의 범위도 중요합니다. 혁신도시에 들어온 주민과 기업이 수도권에서 이동했는지, 인접 도시에서 옮겨왔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새로운 도시의 성장만 보면 성과가 커 보여도 주변 지역까지 함께 보면 다른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차 이전에서는 이전기관의 숫자와 함께, 일자리와 경제활동이 어디에서 이동했고 무엇이 새로 만들어졌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지역 안의 성장을 확인하는 일과 나라 전체의 균형발전을 평가하는 일은 연결돼 있지만 같은 질문은 아닙니다.
브라질 : 수도를 내륙으로 옮기다
정부 기능의 공간적 이동을 생각할 때 가장 유명한 사례 가운데 하나가 브라질입니다.
브라질은 1960년 수도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내륙의 브라질리아(Brasília)로 이전했습니다.
브라질리아 건설은 단순한 정부청사 이전보다 훨씬 큰 국가적 프로젝트였습니다. 해안에 집중돼 있던 인구와 경제활동의 축을 내륙으로 확대하고 광대한 국토의 개발을 촉진하려는 의미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국과의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브라질은 국토가 대단히 넓습니다. 따라서 수도의 위치 자체가 국토개발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 자체를 옮기는 정책도 아니며 국토 규모도 크게 다릅니다.
따라서 브라질리아를 “해외에서 성공했으니 한국도 공공기관을 옮겨야 한다”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부 기능의 이동이 장기간에 걸쳐 새로운 도시와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호주 : 시드니도 멜버른도 아닌 캔버라
호주의 수도 캔버라 역시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수도입니다.
1901년 호주 연방이 출범하면서 새로운 수도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였던 시드니와 멜버른 사이의 경쟁 속에서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호주 헌법은 수도를 뉴사우스웨일스주 안에 두되 시드니에서 최소 100마일, 약 160km 이상 떨어진 곳에 두도록 했고, 1908년 현재의 캔버라 지역이 선정됐습니다. 1927년에는 연방의회가 멜버른에서 캔버라로 이전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부가 옮겼다고 캔버라가 곧바로 큰 도시가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교통·통신 여건 때문에 캔버라는 오랫동안 작은 도시로 남았습니다. 1950년대 이후 정부 부처와 공무원의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후 대학과 국립도서관, 국립미술관, 연구기관 등 다양한 국가기관이 모였습니다.
캔버라의 경험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부기관 이전이 새로운 도시와 경제적 집적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 기관은 옮겼는데 사람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미국에서는 조금 다른 경험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내무부 산하 토지관리국(BLM)은 본부 기능을 워싱턴 D.C.에서 콜로라도주 그랜드정션 등 서부지역으로 이전했습니다.
관리 대상인 연방 토지와 가까운 곳에서 업무를 수행하자는 취지가 있었지만 이전 과정에서 상당수 직원이 이동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이후 인력 공백과 업무 수행상의 문제를 분석했고, 결국 국가본부 기능은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경제적 비용은 분명합니다.
건물과 조직도는 옮길 수 있지만 오랫동안 축적된 전문인력과 인적 네트워크까지 같은 속도로 옮기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공기관 이전의 비용을 계산할 때 건물 신축비나 이사비용만 고려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문인력의 이탈과 조직의 생산성 변화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토가 넓으면 정부기관을 분산하는 것이 더 좋을까?
브라질·호주·미국 사례를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이 생깁니다.
세 나라는 모두 한국보다 국토가 압도적으로 넓습니다.
그렇다면 국토가 넓을수록 정부기관을 분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토가 넓으면 수도와 먼 지역에 정부 기능을 배치함으로써 현장 접근성을 높이고 새로운 지역개발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비용도 존재합니다.
기관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출장과 협업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며,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즉 국토가 넓으면 분산의 편익도 커질 수 있지만 분산의 비용 역시 커질 수 있습니다.
국토가 작은 한국에서는 무엇이 다를까?
한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국토가 상대적으로 작고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망이 발달해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보다 경제적 거리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서울까지 몇 시간이 걸리는가보다 그 지역에 원하는 일자리와 대학, 연구기관, 병원, 교육환경, 문화시설, 전문서비스가 있는지가 사람과 기업의 입지 선택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통망이 아무리 좋아져도 지역에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면 청년이 떠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쟁력 있는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과 전문인력이 충분히 모인다면 수도권에서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새로운 산업거점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지역균형발전에서는 ‘서울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뜨릴 것인가’보다 ‘지역 안에서 얼마나 강한 경제적 연결을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이번 정부가 ‘집적’을 강조한 이유를 경제학으로 보면
이제 2026년 9월 3일 정부 발표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정부는 이번 2차 이전에서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을 집적 배치하고 지역 대학·산업과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방향입니다.
공공기관 A를 한 지역에, B를 다른 지역에, C를 또 다른 지역에 하나씩 배치하면 지역 간 형평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연관된 기관을 한 지역에 모으고 그 주변에 관련 기업·대학·연구기관이 함께 자리 잡는다면 집적경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과 에너지 기업, 대학 연구소, 전문인력이 한 지역에 모이면 정보와 기술, 사람이 서로 연결됩니다.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한 인구 분산 정책에서 산업 클러스터 정책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다만 기관을 같은 지역에 배치한다고 해서 집적경제가 자동으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전문인력이 정착할 수 있어야 하며 주거·교육·의료·문화 등의 생활환경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지역 대학·산업 연계와 자족적 정주기반 확충을 함께 제시한 것도 이러한 문제와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공공기관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까?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업무 특성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기관은 특정 산업이나 현장과 가까운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기관은 관련 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이전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중앙부처·국회·금융기관·전문서비스 기업과 빈번하게 협업해야 하는 기관이라면 기존 네트워크에서 멀어지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습니다.
미국 BLM 사례가 보여준 전문인력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2차 이전에서는 단순히 기관의 숫자를 지역별로 배분하기보다
기관의 기능 → 지역의 주력산업 → 기업 → 대학·연구기관 → 전문인력 → 정주환경을 하나의 생태계로 보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정부가 수도권 잔류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동시에 각 기관을 이전함으로써 얻는 편익과 잃게 되는 집적의 이익을 기관별로 세밀하게 비교하는 과정도 중요할 것입니다.
균형발전과 경제적 효율성은 반드시 충돌할까?
지역균형발전과 경제적 효율성은 흔히 서로 충돌하는 가치처럼 보입니다.
수도권에 기업과 인재가 모이면 집적경제가 커지지만 지역격차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를 지방으로 분산하면 지역균형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존 집적경제의 일부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에 충분한 규모의 기업·대학·연구기관·전문인력이 모여 또 하나의 집적경제가 만들어진다면 균형발전과 경제적 효율성을 함께 추구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를 수도권의 집적을 단순히 해체하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수도권 밖에서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집적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걸음 더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역에서 한 기업이 시설 유지관리 계약을 맡았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매출이 생기고 직원을 채용했다면 지역경제에는 반가운 변화입니다. 하지만 그 기관의 계약이 줄거나 끝났을 때 다른 고객을 찾기 어렵다면, 기업의 성장은 여전히 공공기관의 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그 계약을 수행하며 기술과 인력을 축적하고, 다른 지역의 민간기업에서도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공공기관이 만들어 준 첫 수요가 지역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협력도 협약을 몇 건 맺었는지보다, 실제로 이런 역량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지방이전의 성과를 볼 때 이 변화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기관이 들어온 뒤 지역에서 돈이 더 쓰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수요를 발판으로 지역기업이 고객과 시장을 넓혀가는지가 더 긴 시간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지역경제를 계속 떠받치는 구조와, 공공기관을 계기로 민간의 성장 기반이 만들어지는 구조는 구분해서 평가해야 합니다.
[핵심 경제학 용어 정리]• 집적경제 (Agglomeration Economies): 기업, 인재, 연구기관 등이 한곳에 모여 정보·기술·인력이 밀접하게 교류함으로써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과 경제적 이익 현상입니다.• 산학연 연계 (Industry-Academia-Research Cooperation): 산업체(기업), 학계(대학), 연구기관이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구조입니다. • 정주 여건 (Living Environment): 주거, 교육, 의료, 문화 등 주민들이 지역에 완전히 정착해 생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반 생활 인프라입니다. |
참고자료
국토교통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본격 추진, 2026년 9월 3일 : 본문에서 소개한 지방이전의 추진 원칙과 일정
조규민·손동욱, 「공공기관의 지방 혁신도시 이전 후 지역 활성화 효과에 관한 연구」, 『국토연구』 1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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