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큰돈을 주고 사야 했던 전자제품을 지금은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화·사진·지도·음악·은행 업무까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는데도 우리는 생활비가 싸졌다고 느끼기보다 오히려 “왜 이렇게 모든 것이 비싸졌지?”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특히 병원비, 교육비, 돌봄비, 외식비, 미용비처럼 사람의 노동이 많이 필요한 서비스는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는데 왜 일부 서비스의 가격은 계속 오르는 것일까요?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으로 보몰 효과(Baumol Effect) 또는 보몰의 비용병(Baumol’s Cost Disease)을 이야기합니다.
바쁜 분들을 위한 핵심 요약기술 발전은 모든 산업의 생산성을 똑같이 높이지 않습니다.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제조업에서는 자동화와 기술혁신으로 한 사람이 생산할 수 있는 양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면 간병, 교육, 미용, 공연처럼 사람의 시간이 핵심인 서비스는 생산성을 빠르게 높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산성이 낮게 증가하는 분야라고 해서 임금을 계속 그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산업의 임금이 올라가면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서비스업의 임금도 함께 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생산성은 크게 높아지지 않았는데 인건비는 상승하면서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보몰 효과의 핵심입니다. |
기술이 발전하면 가격은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먼저 제조업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과거 공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직접 조립해야 했던 제품을 지금은 자동화된 생산라인과 산업용 로봇이 상당 부분 생산합니다. 한 명의 근로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량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제품 한 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이 줄어듭니다.
기업은 더 많은 제품을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고, 경쟁까지 치열해지면 품질은 좋아지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TV와 컴퓨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수십 년 전과 비교하면 성능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졌지만, 성능을 고려한 실질적인 가격은 크게 낮아졌습니다.
기술혁신이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전형적인 과정입니다.
그런데 모든 산업이 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간병인의 생산성을 두 배로 높일 수 있을까?
간병 서비스를 생각해보겠습니다.
한 명의 간병인이 환자 한 명을 돌보는 데 하루 8시간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컴퓨터 성능이 두 배가 되었다고 해서 간병인이 같은 시간에 환자를 두 배로 돌볼 수 있을까요?
쉽지 않습니다. 미용도 비슷합니다.
20년 전에 한 사람의 머리를 자르는 데 30분이 필요했다면 지금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거나 상담사가 상담하고, 요양보호사가 노인을 돌보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서비스에서는 사람이 직접 제공하는 시간 자체가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기계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생산성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제조업과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왜 임금은 올라갈까?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떤 경제에서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기업의 수익이 증가하고 근로자의 임금도 올라갑니다.
그렇다면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지 않은 미용실이나 병원, 학교, 요양시설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 업종은 생산성이 별로 늘지 않았으니 임금도 그대로 유지하겠습니다.”
이렇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산업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근로자들이 그쪽으로 이동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비스업에서 사람을 계속 고용하려면 어느 정도는 경제 전체의 임금 상승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 결과 생산량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는데 인건비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사업자가 이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서비스 가격에도 반영됩니다.
이것이 보몰 효과를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왜 교육·의료·돌봄 비용이 중요한가?
보몰 효과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서비스 가운데 생산성을 빠르게 높이기 어려운 분야가 많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온라인 강의와 AI가 발전하면서 한 명의 교사가 많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어린 학생을 직접 지도하거나 학생의 질문을 듣고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과정까지 완전히 자동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영상 판독을 지원하고 로봇이 수술을 돕는 시대가 되었지만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는 여전히 사람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특히 돌봄 서비스는 보몰 효과가 나타나기 쉬운 분야입니다.
노인 한 명에게 필요한 돌봄 시간을 기술만으로 절반으로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고령화시대에 더 중요한 보몰 효과
여기에 인구 고령화가 겹칩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의료·간병·요양과 같은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산업이 바로 사람의 노동에 크게 의존하는 분야라는 점입니다.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데 생산성을 제조업처럼 빠르게 높이기 어렵다면 필요한 인력은 계속 늘어나게 됩니다.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임금이 올라가고, 이는 다시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보몰 효과가 단순한 경제학 교과서의 개념을 넘어 의료비·간병비·복지재정과 연결되는 현실적인 문제가 됩니다.
AI가 보몰 효과를 없앨 수 있을까?
최근에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과거에는 생산성을 높이기 어려웠던 서비스업에서도 AI가 사람의 업무 일부를 대신하거나 보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진료기록 작성과 영상 분석을 지원하고, 교육에서는 학생별 학습자료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는 문서 작성과 번역, 고객 상담 등의 업무를 자동화할 수도 있습니다.
로봇 기술까지 발전하면 물건 운반이나 청소처럼 육체적인 노동의 일부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비스업에서도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보몰 효과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합니다.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어린아이를 돌보고, 노인의 식사를 돕고, 사람의 머리를 자르는 것처럼 사람의 시간과 접촉 자체가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인 영역은 완전히 자동화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AI가 보몰 효과를 없애기보다는 어떤 서비스에서는 완화하고, 어떤 서비스에서는 여전히 강하게 남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기술이 발전했는데 왜 우리는 더 비싸다고 느낄까?
여기에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기술이 발전했는데 왜 생활비는 계속 비싸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한 가지 이유는 우리가 소비하는 것의 구성이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단순히 더 많은 공산품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료·여행·외식·문화·돌봄과 같은 서비스에도 더 많은 돈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서비스 가운데 상당수는 생산성을 빠르게 높이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따라서 기술 발전으로 어떤 상품은 놀라울 정도로 싸지는 동시에 다른 서비스는 계속 비싸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제 전체를 하나의 물가로만 보면 잘 보이지 않는 변화입니다.
보몰 효과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비스 가격 상승을 모두 경제의 실패라고 볼 필요도 없습니다.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교육·의료·문화·돌봄 등에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보다 사람들이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리게 된 것도 경제발전과 관련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 가격이 오른다는 사실 자체보다 소득과 생산성, 서비스의 질,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어떻게 함께 변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보몰 효과는 바로 이 관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경제학적 도구입니다.
한 걸음 더
기술혁신이 계속되면 우리는 모든 것이 점점 싸지는 세상에서 살게 될까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AI와 로봇이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의 생산성까지 높인다면 지금보다 많은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관심과 판단, 돌봄과 접촉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우리 사회는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기술 발전의 시대에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만은 아닐 것입니다.
기술로 싸게 만들 수 있는 것과 사람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싸게 만들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보몰 효과가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경제학 개념인 이유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폭염은 왜 경제문제일까? 지구온난화가 우리 지갑을 바꾸는 경제학
GDP는 0.6% 성장했는데 GDI는 왜 더 크게 늘었을까? - 교역조건의 힘
'경제학 기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격상한제는 왜 품귀현상을 만들까? 사례로 보는 가격통제의 경제학 (0) | 2026.08.29 |
|---|---|
| 수요와 공급이 변하면 균형가격은 어떻게 달라질까? 새로운 균형점 (0) | 2026.08.28 |
| 공급량의 변화와 공급의 변화란? 그래프로 쉽게 이해하기 (0) | 2026.08.27 |
| 공급의 법칙이란? 가격이 오르면 공급량이 늘어나는 이유 (0) | 2026.08.22 |
| 수요량의 변화와 수요의 변화란? 그래프로 쉽게 이해하기 (0) | 2026.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