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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어떻게 사회주택의 재원을 다시 주택에 쓸까?

econinsight365 2026. 9. 21. 08:00

국가건축기금과 ‘순환하는 주택재원’의 경제학

집을 짓기 위해 빌린 돈을 모두 갚으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보통은 대출 상환이 끝났으니 주택의 금융비용이 줄고, 그만큼 부담도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덴마크의 사회주택 제도에는 흥미로운 장치가 있습니다. 주택을 짓기 위해 받은 대출의 상환이 끝난 뒤에도 일정한 재원이 사회주택 부문 안에 남아 다른 주택의 개보수와 새로운 주택 공급 등에 다시 활용되는 구조입니다.

그 중심에 국가건축기금(Landsbyggefonden·The Danish Building Fund)이 있습니다. 1967년 설립된 이 기금은 정부의 일반예산만으로 사회주택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택 부문에서 조성된 재원을 다시 사회주택에 활용하는 독특한 금융구조의 핵심 역할을 합니다. OECD도 이를 장기적인 사회주택 재원조달을 위한 revolving fund, 즉 재원이 반복해서 활용되는 기금 구조의 사례로 설명합니다.

 

[30초 핵심 요약 : 덴마크 사회주택의 순환형 재원 구조]

• 대출 상환 후 재원 적립: 건설 대출 상환이 끝나도 일부 부담금을 국가건축기금 및 자체 기금으로 적립하여 지속 순환시킵니다.
• 기존 주택 유지 및 개보수: 축적된 재원은 신규 건설뿐만 아니라 노후 사회주택의 대규모 개보수와 주거환경 개선에 적극 투입됩니다.
• 주택 생태계의 위험 분담: 오래된 주택에서 나온 재원이 다른 낡은 주택을 돕는 세대 간·지역 간 재원 이전 역할을 합니다.
• 공공-민간 금융 결합: 정부 보증 대출, 지방정부 자본 지원, 입주자 보증금 등을 결합해 사회주택 건설재원을 마련하고 미래의 재정부담을 분산합니다.

 

덴마크의 ‘사회주택’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먼저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덴마크의 사회주택은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운영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정부가 모든 주택을 직접 소유하고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비영리 주택조직(non-profit housing organisations)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국가건축기금 역시 정부 부처 자체가 아니라 비영리 주택조직들이 설립한 독립적인 기관입니다.

따라서 덴마크의 사회주택을 이해할 때는

정부 → 공공임대주택

이라는 단순한 구조보다

정부·지방정부 + 비영리 주택조직 + 입주자 + 국가건축기금

이 서로 연결된 하나의 주택금융 생태계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국가건축기금은 어떤 곳일까요?

국가건축기금은 1967년에 만들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금의 재원이 사회주택 부문 내부에서 상당 부분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덴마크 국가건축기금은 이를 일종의 공동 저축계좌에 비유합니다. 사회주택 부문과 입주자들이 재원을 적립하고, 그 돈이 다시 사회주택과 입주자들을 위해 사용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덴마크 사회주택 금융의 핵심 원리가 나타납니다.

사회주택에서 만들어진 재원을 가능한 한 사회주택 부문 안에서 다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집을 지을 때는 돈을 어떻게 마련할까요?

물론 국가건축기금에 돈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모든 사회주택을 짓는 것은 아닙니다.

신규 사회주택 건설에는 금융기관의 대출, 지방정부의 자본지원, 입주자 부담 등이 결합됩니다.

OECD가 정리한 현재 구조에 따르면 신규 비영리 주택의 건설비 가운데 86~90%는 정부보증이 뒷받침되는 모기지 대출, 8~12%는 지방정부의 자본대출, 2%는 입주자 보증금으로 조달됩니다. 구체적인 비율은 제도와 주택 유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덴마크 모델 역시 ‘정부 돈 없이 집을 짓는 제도’는 아닙니다.

공공부문과 금융시장, 주택조직과 입주자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대출을 모두 갚으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이 부분이 덴마크 모델에서 특히 흥미롭습니다.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상환하면 대출 원리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덴마크 사회주택에서는 원래의 건설대출이 상환됐다고 해서 관련 부담이 단순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건축기금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의 대출이 상환된 뒤에도 입주자들은 이전과 같은 수준의 관련 금액을 계속 부담하고, 이렇게 생긴 상환 완료 후의 재원(udamortiserede ydelser)이 국가건축기금과 해당 주택조직의 자체 기금으로 흘러갑니다.

즉,

대출 상환 완료 → 부담 종료

가 아니라,

대출 상환 완료 → 일부 재원이 공동기금으로 전환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재원을 계속 순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왜 이런 구조를 만들었을까요?

사회주택은 한 번 지었다고 끝나는 자산이 아닙니다.

20년, 30년이 지나면 건물은 낡습니다. 지붕과 외벽을 고쳐야 하고, 단열을 개선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나 접근성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때 모든 비용을 다시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면 사회주택 재고가 커질수록 미래의 재정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덴마크는 사회주택이 비교적 새롭고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시기에 형성된 재원을 장기간 축적해 오래된 주택의 개보수와 주거환경 개선에 다시 사용하는 구조를 발전시켰습니다.

국가건축기금은 실제로 대규모 개보수, 도시·주거지역 개선, 사회적 지원사업, 임대료 관련 지원 등에 재원을 사용합니다.

 

한 주택의 돈이 다른 주택의 재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중요한 특징이 나타납니다.

모든 사회주택이 같은 시기에 지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주택은 이미 건설대출을 모두 갚았지만, 다른 주택은 대규모 개보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지역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다른 지역은 주거환경 개선에 많은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각 주택이 자기 문제를 자기 돈으로만 해결한다면 낡은 주택이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은 큰 부담을 질 수 있습니다.

국가건축기금은 사회주택 부문의 재원을 공동으로 모으고 필요한 곳에 다시 지원함으로써 이런 차이를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일종의 사회주택 내부의 위험분담과 세대 간 재원 이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지어진 주택에서 축적된 재원이 오늘의 낡은 주택을 고치고, 오늘 축적되는 재원이 미래의 주택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주택을 고치는 것도 새로운 주택을 짓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주택정책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신규 공급량에 관심을 갖습니다.

“올해 몇 채를 지었는가?”

하지만 사회주택을 장기간 운영하려면 또 하나의 질문이 필요합니다.

“이미 지어 놓은 주택을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국가건축기금은 건물 손상 보수, 접근성 개선, 주택과 공용공간의 개조 등 일정한 대규모 개보수 사업을 지원합니다. 일반적인 유지관리와 구별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금융지원이 제공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덴마크의 제도는 신규 공급뿐 아니라 기존 주택재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문제를 주택금융 체계 안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회주택에도 돈이 돌아갈까요?

그렇습니다. 다만 구조를 너무 단순화해서는 안 됩니다.

덴마크의 신규 사회주택은 국가건축기금 하나만으로 건설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방정부, 국가의 지원, 금융기관 대출 등이 함께 작동합니다.

현재 국가건축기금은 신규 건설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기본자본대출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국가는 신규 주택의 금융비용에 대한 지원을 제공합니다. 국가건축기금은 이후 국가가 부담한 지원비용의 일부를 사회주택 부문을 대신해 환급하는 구조에도 참여합니다.

따라서 덴마크의 순환구조는

“옛날 집의 임대료를 모아서 그 돈만으로 새집을 짓는다”

라고 이해하면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사회주택 부문에서 축적된 재원이 공공지원·장기금융과 결합해 기존 주택의 유지와 새로운 공급을 함께 뒷받침하는 구조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부 예산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제도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가건축기금 자체는 사회주택 부문 내부에서 조성되는 재원을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덴마크의 전체 사회주택 시스템에는 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결합됩니다.

신규 건설에는 지방정부 자본대출과 정부보증 금융이 사용되고, 국가의 금융비용 지원도 존재합니다. 개보수 지원 역시 정치적으로 정해진 주택정책의 재정적 틀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덴마크 모델의 특징은 정부 재정을 없애는 것이라기보다,

과거의 공공지원과 입주자 부담으로 형성된 주택자산에서 발생하는 재원을 다시 활용함으로써 미래의 재정부담을 분산시키는 것

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순환구조에도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이 제도 역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입주자가 낸 임대료에서 조성된 재원을 어디까지 다른 주택이나 지역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입주자의 부담과 사회주택 전체의 장기적인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둘째, 사회주택 부문에 상당한 재원이 축적되면 그 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정책 문제가 됩니다. 개보수, 신규 공급, 임대료 안정, 도시재생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주택정책 자체가 사회적 목표와 연결되면서 기금의 역할도 단순한 건물 관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OECD에 따르면 국가건축기금은 일부 지역의 재개발·철거와 기반시설, 사회적 지원계획 등에도 재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결국 공동기금이 커질수록 누가 부담하고, 누가 혜택을 받으며,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함께 중요해집니다.

 

덴마크는 오스트리아와 무엇이 다를까요?

앞서 살펴본 오스트리아와 비교하면 두 나라의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오스트리아의 핵심이 비용임대와 제한된 이윤, 자산의 장기적 유지와 재투자를 통해 사회주택 재고를 축적하는 것이라면, 덴마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사회주택 부문에서 생기는 재원을 공동기금으로 모아 다시 사회주택 부문에 활용하는 금융순환 구조입니다.

간단히 표현하면,

오스트리아 → 주택이라는 자산을 오래 남기는 구조

덴마크 → 주택에서 생긴 재원을 다시 주택으로 돌리는 구조

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제도 모두 실제로는 공공지원, 장기금융, 비영리 주택공급자와 규제체계가 함께 작동하기 때문에 하나의 특징만으로 전체 제도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 덴마크에서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덴마크 제도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주택시장 구조와 임대주택의 역사, 자가보유 선호, 공공임대 운영방식, 주택금융제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덴마크 사례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공공주택의 장기적인 재원구조입니다.

공공주택을 건설할 때 투입된 공공지원은 수십 년 뒤 어떻게 될까요?

공공임대주택의 건설대출이 모두 상환된 뒤 발생하는 경제적 여력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요?

그 재원의 일부를 기존 공공주택의 개보수나 미래의 공공주택 공급에 다시 활용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공동재원을 조성한다면 현재 입주자의 부담과 미래 입주자의 혜택은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요?

덴마크의 사례는 이 질문들에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공공주택을 건설할 때의 재정뿐 아니라 30년, 40년 뒤의 재원 흐름까지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 걸음 더

여러 지역의 주택에서 모인 돈을 공동기금으로 관리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떤 지역은 낡은 건물의 수리가 급하고, 다른 지역은 새로 들어오려는 가구를 위한 주택이 부족합니다. 돈을 모으는 데 성공했어도 어디에 먼저 사용할지는 별도의 선택입니다.

각 지역이 낸 만큼 돌려받는 방식과 필요가 큰 지역에 더 배분하는 방식은 결과가 다릅니다. 앞의 방식은 기여와 혜택의 관계가 분명하지만, 뒤의 방식은 지역별로 다른 부담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공동기금의 의미는 재원을 축적하는 데뿐 아니라 개별 지역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에도 있습니다.

그래서 덴마크 사례를 살펴볼 때는 돈이 다시 주택으로 돌아간다는 흐름에 더해 배분의 기준도 보아야 합니다. 어떤 필요를 우선하고, 결정의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며, 실제 개선을 어떻게 확인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재원의 순환을 오래 유지하려면 돈을 모으는 규칙만큼 사용하는 규칙에 대한 신뢰도 필요합니다.

 

[핵심 주택금융 용어 정리]

• 국가건축기금 (Landsbyggefonden): 비영리 주택조직들이 설립한 독립 기금으로, 사회주택 부문에서 조성된 재원을 모아 개보수·주거환경 개선과 신규 공급 지원 등에 다시 활용하는 핵심적인 재원 순환기구입니다.
• 상환 완료 후 재원 (udamortiserede ydelser): 건설 대출 상환이 끝난 후에도 계속 적립되어 공동기금으로 전환되는 재원입니다.
• 회전기금 (Revolving Fund): 한 번 투입된 자금이 회수 및 재적립을 거쳐 지속적으로 다른 사업의 재원으로 반복 활용되는 기금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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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확인: OECD Economic Surveys: Denmark 2026 · 덴마크 국가건축기금(Landsbyggefonden) · 국가건축기금의 재원 구조 · 신규 사회주택 금융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