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용임대·제한이윤주택협회로 보는 공공주택 재고의 경제학
집값과 임대료가 오를 때마다 비슷한 질문이 나옵니다.
정부가 공공주택을 더 많이 지으면 해결될까요?
물론 신규 공급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공공주택 정책을 조금 더 긴 시간으로 바라보면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은 주택이 10년, 20년 뒤에도 부담 가능한 주택으로 남아 있을까요?
공공주택을 계속 새로 짓더라도 기존 주택이 분양되거나 시장가격의 주택으로 바뀐다면 사회가 보유한 부담 가능한 주택의 재고는 생각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오스트리아의 주택정책은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오스트리아의 특징은 정부가 모든 사회주택을 직접 소유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정부와 시장 사이에 제한이윤주택협회(Limited-Profit Housing Associations·LPHAs)라는 독특한 주택 공급주체가 있고, 이들이 장기간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합니다.
OECD에 따르면 제한이윤주택협회는 오스트리아 사회·부담가능주택 재고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사회주택을 이해하려면 바로 이 제도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30초 핵심 요약 : 오스트리아 사회주택의 핵심]• 비용임대 (Cost Rent): 주변 시장가격이 아닌 건설·금융·유지보수 등 실제 투입 비용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임대료를 책정합니다.• 이윤의 재투자: 제한이윤주택협회는 주주에게 배분할 수 있는 이익을 제한하고, 이익의 대부분을 토지 매입과 신규 주택 건설·개보수 등에 재투자합니다. • 자산의 사회주택 체계 내 유지 (Asset Tie-up): 사회주택을 통해 형성된 자산을 사회주택 체계 안에 장기간 유지하여, 축적된 자산가치가 민간의 자본이득으로 쉽게 전환되는 것을 제한합니다. • 넓은 포괄성: 소득 8분위까지 대상을 넓혀 계층 혼합(Social Mix)을 이루고 민간 임대료 하방 압력 역할을 합니다. |
오스트리아에서는 왜 임대주택이 중요할까요?
오스트리아 주택시장은 한국과 상당히 다릅니다.
OECD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자가점유 비중은 5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OECD와 EU 평균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습니다. 특히 빈에서는 임대주택의 비중이 약 80%에 이릅니다.
따라서 임대주택은 단순히 내 집을 마련하기 전 잠시 거쳐 가는 주거형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좋은 품질의 주택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비용으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면 반드시 집을 소유해야만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다른 형태의 주거모델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빈시가 직접 보유하는 시영주택뿐 아니라 제한이윤주택협회가 공급하는 주택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부도 민간기업도 아닌 ‘제3의 주택 공급자’
제한이윤주택협회는 이름 그대로 이윤을 무제한으로 추구하지 않는 주택사업자입니다.
협동조합과 회사 형태가 모두 존재하고 지방정부·금융기관·민간주체 등이 소유구조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유자가 누구냐보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사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제한이윤주택법(Limited-Profit Housing Act)은 이들의 활동을 규율합니다. OECD가 정리한 핵심 원칙은 비용회수, 이윤 제한, 자산의 사회주택 체계 내 유지, 사업범위 제한, 지속적인 주택공급 의무 등입니다.
여기서 일반적인 민간 주택사업자와 상당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임대료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비용’에서 출발합니다
일반적인 민간 임대시장에서는 주변 주택의 임대료가 상승하면 새 계약의 임대료도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제한이윤주택협회의 기본 원리는 다릅니다.
주택을 짓고 금융을 조달하고 관리·보수하는 데 얼마가 필요한가?
여기에서 임대료 계산이 출발합니다.
오스트리아 법도 제한이윤주택사업자가 받는 가격이나 임대료를 건물 운영비, 적정한 경영비용, 필요한 적립금 등을 충당하는 수준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비용임대(cost rent)라고 합니다.
개념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임대료 ≈ 금융비용 + 관리비 + 유지·보수비 + 개보수 적립금 + 제한된 운영비용
따라서 주변 집값이나 시장임대료가 크게 오른다고 해서 그 상승분이 그대로 임대료에 반영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이것이 사회주택을 오랫동안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그렇다면 이익이 나면 어디로 갈까요?
이 부분이 오스트리아 모델의 핵심입니다.
제한이윤주택협회도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익의 대부분을 일반 기업처럼 주주에게 자유롭게 배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토지를 매입하거나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고 기존 주택을 개보수하는 데 다시 투자해야 합니다. 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익은 제한됩니다.
즉,
주택 건설 → 임대 → 임대료 수입 → 비용 회수·잉여 발생 → 토지 매입·신규 건설·개보수 → 다시 주택 공급
이라는 순환이 가능해집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공공지원이 한 번의 지출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투입한 공공재원이 주택이라는 자산을 만들고, 그 주택에서 발생한 수입과 잉여가 다시 다음 주택에 사용된다면 같은 공공지원의 효과가 장기간 축적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집 자체도 사회주택 체계에 묶어둡니다
이익만 제한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스트리아 제한이윤주택 제도에는 OECD가 asset tie-up이라고 설명하는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사회주택을 통해 형성된 자산을 사회주택 체계 안에 묶어두는 것입니다. 협회가 매각되더라도 소유자가 그동안 축적된 자산가치를 자유롭게 자본이득으로 가져가는 것을 제한합니다.
이 원칙을 앞서 살펴본 우리나라의 공공임대 분양전환 문제와 연결하면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공지원으로 주택 1채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주택이 일정 기간 후 시장의 일반주택으로 전환되면 공공부문은 매각대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부담 가능한 주택재고는 감소합니다.
반면 주택 자체가 장기간 사회주택 체계에 남으면 그 주택은 계속해서 사회적 주거자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올해 몇 채를 공급했는가”가 아닙니다.
“과거에 공급한 주택 가운데 얼마나 많은 주택이 지금도 부담 가능한 주택으로 남아 있는가”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집을 지을 돈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사회주택도 토지와 건축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돈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오스트리아의 제한이윤주택협회는 공공대출과 상업은행 대출, 자체자금, 입주자의 초기 분담금 등을 결합합니다.
OECD가 정리한 전형적인 자금구조에서는 공공대출이 약 36%, 상업은행 대출이 약 39%를 차지합니다. 입주자도 평균적으로 약 3~7%를 초기 분담금 형태로 부담합니다. 이 분담금은 퇴거할 때 매년 1%씩 감가한 금액으로 돌려받습니다. 저소득층이 분담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공공의 저리대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빈시도 보조주택 입주자의 자기자금 부담을 지원하기 위한 대출제도를 운영합니다.
따라서 오스트리아 모델은 단순한
정부 세금 → 공공주택 건설
구조가 아닙니다.
공공지원 + 장기금융 + 사업자 자금 + 입주자 분담 → 주택 건설 → 비용임대 → 대출상환·유지보수 → 재투자
라는 복합적인 금융구조에 가깝습니다.
사회주택이 저소득층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오스트리아 모델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제한이윤주택은 반드시 최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OECD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입주 소득기준이 비교적 높아 저소득층에서 대략 소득 8분위 정도까지 포괄할 수 있으며, 전체 인구의 약 80%가 공적 지원을 받는 비용기반 임대주택의 자격 범위에 포함될 정도로 대상이 넓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회주택을 극빈층만을 위한 주택으로 만들지 않고 다양한 소득계층이 함께 거주하도록 함으로써 빈곤의 공간적 집중과 사회주택에 대한 낙인효과를 줄이려는 것입니다.
동시에 제한이윤주택이 민간 임대주택과 경쟁하기 때문에 사회주택 입주자뿐 아니라 민간 임차인의 임대료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OECD는 제한이윤주택의 공급이 민간 임대료에 하방압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에도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모델을 이상적인 제도로만 보는 것은 곤란합니다.
첫 번째 문제는 신규 공급비용의 상승입니다.
OECD에 따르면 건축 가능한 토지의 평균 매입가격은 2013~2023년 약 90% 상승했고, 건설비도 2020년 말 이후 약 22%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2022년 이후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제한이윤주택협회의 신규 사업 자금조달이 어려워졌습니다.
두 번째는 세대 간 형평성입니다.
오래전에 낮은 토지비와 건설비로 지어진 사회주택은 대출이 상당 부분 상환되면서 임대료가 낮을 수 있습니다. 반면 새로 지은 주택은 비싼 토지·건설비와 높은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같은 제도의 입주자라도 언제 지어진 주택에 들어갔느냐에 따라 부담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소득이 많이 늘어도 계속 낮은 임대료를 내야 할까요?
앞서 서울 장기전세주택의 20년 만기 문제에서 살펴본 것과 상당히 닮은 질문도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제한이윤주택은 일반적으로 입주할 때 소득자격을 확인하지만, 입주 후 소득이 증가했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재심사해 퇴거시키는 구조는 아닙니다.
이것은 안정적인 거주와 사회적 혼합을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높은 소득을 갖게 된 기존 입주자가 계속 저렴한 사회주택에 거주한다면 새로 주거지원이 필요한 가구의 입주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OECD는 이에 대해 소득상황을 정기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자격기준을 크게 넘어선 가구에는 임대료를 일부 높이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다만 퇴거시키기보다는 시장임대료보다 낮은 수준의 혜택을 유지해 사회적 혼합을 보존하는 접근입니다.
여기에서도 결국 현재 입주자의 주거안정과 미래 입주자의 기회라는 동일한 문제가 나타납니다.
오래된 사회주택은 오히려 사회적 자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주택을 장기간 보유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큰 비용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도 함께 봐야 합니다.
주택을 건설할 때 받은 장기대출을 30~40년에 걸쳐 상환하면 금융비용은 점차 줄어듭니다. 반면 주택이라는 실물자산은 남습니다.
물론 노후화에 따른 수선·개보수 비용은 계속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토지를 포함한 주택을 계속 보유한다면 과거에 투입한 공공지원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사용할 수 있는 장기적인 주택재고로 남게 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공주택을 지출(flow)이 아니라 자산(stock)으로 보는 관점이 중요해집니다.
한국은 오스트리아에서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오스트리아의 제도를 그대로 한국에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 수도권 집중과 높은 아파트 선호, 전세제도, 자가보유에 대한 선호, 토지·주택가격 구조가 오스트리아와 다릅니다.
따라서 오스트리아 사례가 한국에 주는 의미는 특정 제도를 복제하자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데 있습니다.
공공지원으로 만든 주택을 얼마나 오래 부담 가능한 주택으로 유지할 것인가?
공공임대의 임대료는 복지의 관점과 장기적인 비용회수 사이에서 어떻게 정할 것인가?
임대료와 사업수익을 다시 신규 주택과 기존 주택 개보수에 투자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입주자의 소득이 증가했을 때 퇴거·임대료 조정·계속 거주 가운데 어떤 방식이 주거안정과 형평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공공주택 정책의 성과를 ‘올해 몇 채를 공급했는가’가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얼마나 많은 부담 가능한 주택재고를 축적했는가’로도 평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한 걸음 더
대출을 상당 부분 갚은 오래된 임대주택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금융비용이 줄었으니 임대료를 더 낮출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몇 년 뒤 배관과 지붕, 승강기 등을 크게 수리해야 한다면 지금 남는 돈을 모두 써도 될까요?
수선비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부담이 한꺼번에 생길 수 있습니다. 오늘의 입주자는 낮은 비용으로 살지만, 다음 입주자나 공공부문이 미뤄진 비용을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미래 비용을 지나치게 많이 적립하면 현재 입주자의 부담이 커집니다.
사회주택을 오래 유지한다는 것은 건물을 보유하는 일과 함께 비용을 시간에 걸쳐 나누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낮은 임대료를 평가할 때는 얼마나 싼지와 함께 유지보수 계획과 재원이 충분한지도 살펴야 합니다. 현재의 주거비를 낮추면서 다음 세대가 사용할 집의 품질을 지키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한국 주택정책을 향한 질문]• 재고(Stock)의 관점: 올해 몇 채를 새로 지었는가보다, 수십 년 동안 부담 가능한 주택재고를 얼마나 축적했는가가 중요합니다.• 선순환 구조: 임대료 수입과 사업 수익이 다시 신규 건설과 기존 주택 개보수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재투자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 사회적 자산: 공공주택을 일회성 시혜적 복지지출이 아닌, 여러 세대가 순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기적 사회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합니다. |
참고자료
OECD, 「오스트리아 경제보고서 2026」 주택시장 분석 : 제한이윤 주택협회의 운영과 비용에 기반한 임대료, 주거비 부담에 관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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