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시선

정책은 결과로 평가해야 할까? 레버리지 ETF와 부동산 정책으로 보는 정책결정의 경제학

econinsight365 2026. 9. 4. 10:34

좋은 정책이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까?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새로운 금융상품을 허용한 정책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를 강화했는데 전세시장이 불안해지면 규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정책의 성패를 판단할 때 결과만 보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정책을 결정할 당시 정부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위험에 대응하려 했는지, 다른 선택지는 무엇이었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레버리지 상품 도입 시점과 세계적인 증시 조정 시점이 맞물렸으며, 정부가 국민에게 해당 상품 가입을 독려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경정예산과 반도체 호황 등으로 주택수요가 매우 강해진 상황에서 공급을 갑자기 늘리기 어려워 수요억제 정책이 필요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규제 강화가 전세시장에 미친 파장은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일보 「사퇴한 김용범 'ETF 손실 주범 몰려… 부동산 전세 파장은 뼈아파'」 인터뷰 기사

 

이 인터뷰는 특정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정책은 결과로 평가해야 할까요? 아니면 정책을 결정했던 당시의 상황과 정보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까요?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질 수 있습니다.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객관적인 시각과 경제적 마인드란 무엇일까요?

 

바쁜 분들을 위한 핵심요약

경제정책은 결과만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정책결정 당시 이용할 수 있었던 정보와 예상 가능한 위험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전적 평가와 실제 결과와 부작용을 살펴보는 사후적 평가가 함께 필요합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 하락 자체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하락장에서 투자자의 손실을 확대하는 구조적인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상품 도입 당시 급격한 손실 가능성과 음의 복리효과를 공식적으로 경고했습니다.

부동산 정책도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요를 억제하려는 경제적 논리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매매시장에 대한 규제가 전세시장이나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2차 효과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책평가에서 놓쳐서는 안 될 원칙이 있습니다.


정책의 성과와 정책의 책임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좋은 결과는 정책의 성과로 설명하면서 좋지 않은 결과는 외부환경이나 개인의 선택으로만 설명한다면 정책평가의 기준이 일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책결정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결정할 때 미래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얼마나 내려갈지, 세금을 낮추면 소비와 투자가 얼마나 증가할지,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집값과 전세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경제정책을 평가할 때는 정책을 결정하는 시점과 결과가 나타난 이후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당시 이용 가능한 정보와 예상되는 비용·편익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을 사전적 평가(Ex Ante Evaluation)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책 시행 이후 실제로 나타난 효과와 부작용을 평가하는 것은 사후적 평가(Ex Post Evaluation)입니다.

두 평가가 반드시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 정보로는 합리적이었던 정책이 예상하지 못한 외부 충격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충분한 검토 없이 결정한 정책이 우연히 좋은 경제환경을 만나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의 결과와 정책결정의 질은 구분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왜 도입됐을까?

2026년 5월 27일부터 국내에서도 우량 개별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상장됐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밝힌 제도 도입의 주요 이유는 국내상장 상품과 해외상장 상품 사이의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었습니다. 해외에서는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국내에서는 이용하기 어려워 국내 투자수요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여기서 김 전 실장의 인터뷰와 공식 정책자료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인터뷰에서 당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으면서 환율 방어가 시급했고, 국내 투자자가 미국 나스닥 등에 많이 투자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상품 차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당시 정책 논의의 배경에 대한 김 전 실장의 설명입니다.

 

반면 금융위원회의 공식적인 제도 도입 명분은 국내외 비대칭 규제 해소와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유인 및 투자자 보호 강화였습니다.

따라서 환율 불안과 레버리지 상품 도입 사이에 일정한 정책적 문제의식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단순히 환율방어 정책으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은 누구의 책임일까?

레버리지 상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수익뿐 아니라 손실도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이 5%라면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이론적으로 약 10%의 일일 수익률을 추구합니다. 반대로 기초자산이 5% 하락하면 손실 역시 약 10%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일별 수익률의 배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시장에서는 장기 누적수익률이 기초자산 누적수익률의 단순한 두 배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른바 음의 복리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위험은 사후적으로 발견된 것이 아닙니다.

금융위원회는 상품 상장 전부터 단기간에 손실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고 횡보장에서도 투자금이 감소할 수 있다며, 일반적인 ETF보다 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따라서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고 해서 레버리지 상품이 주가 하락 자체를 일으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주가 하락은 기업실적, 금리, 환율, 국제정세, 투자심리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하락했을 때 레버리지 구조가 투자자의 손실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즉, 주가가 왜 떨어졌는가와 투자자의 손실이 왜 더 커졌는가는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투자자의 자기책임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위험을 알고 상품을 선택한 투자자가 모든 결과를 책임져야 할까요?

금융시장에서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은 중요합니다.

정부가 특정 상품을 허용했다고 해서 투자자에게 그 상품을 매수하도록 강제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김 전 실장도 인터뷰에서 정부가 레버리지 상품 가입을 국민에게 독려한 사실은 없으며, 공격적으로 투자한 투자자의 손실도 상당하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경제학적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입니다.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금융회사와 일반 투자자가 금융상품의 위험을 이해하는 정도는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단순히 ‘오르면 두 배, 떨어지면 두 배’라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보유기간과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최종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융시장에서는 투자자의 자기책임과 함께 설명의무와 투자자 보호제도가 존재합니다.

금융당국도 상품 도입 당시 사전교육과 기본예탁금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했고,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7월에는 기본예탁금 강화 등의 추가 보완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투자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과 복잡하고 위험한 금융상품에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원칙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두 원칙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부동산 정책에도 같은 문제가 존재한다

부동산 정책도 비슷합니다.

김 전 실장은 인터뷰에서 추가경정예산과 반도체 호황 등으로 주택수요가 강해졌으며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요억제 정책이 필요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에는 경제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택 공급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집니다.

특히 서울처럼 토지와 신규주택 공급에 제약이 큰 지역에서는 단기적인 공급탄력성이 낮기 때문에 수요 증가가 가격에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대출규제나 세제, 거래규제 같은 수요 측 정책이 공급 확대보다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요억제의 필요성과 구체적으로 선택한 수요억제 정책이 적절했는가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모든 정책수단이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시장을 규제하면 수요는 어디로 갈까?

주택시장은 매매시장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매매와 전세, 월세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지역의 규제가 강화되면 다른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시장의 수요를 억제했다고 해서 그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집을 사려던 사람이 구매를 미루고 전세를 선택할 수 있고, 특정 지역에서 주택 구매가 어려워진 사람이 인접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대체효과와 정책의 2차 효과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김 전 실장 역시 인터뷰에서 규제 강화로 늘어난 실거주 수요가 전세시장에 미친 파장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언급했습니다.

이는 정책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정책의 목표를 달성했는지만큼 그 과정에서 다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도 평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경제정책을 평가할 때 경계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정책의 목적만으로 정책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이 바람직하다고 해서 모든 부동산 규제가 좋은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투자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자본의 해외유출을 줄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서 모든 금융상품 규제 완화가 바람직한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당시의 정책결정이 반드시 잘못됐다고 단정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정책결정 이후 전쟁이나 금융시장 급락, 국제유가 상승처럼 당시에 충분히 예상하기 어려웠던 외부 충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책을 평가할 때는 적어도 다음 질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이용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 선택이 합리적이었는가?

예측 가능한 위험에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는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정책을 얼마나 신속하게 수정했는가?

이 질문을 함께 살펴봐야 정책의 성과와 정책결정자의 책임을 보다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성과와 책임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여기에서 정책평가의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납니다.

정책이 좋은 결과를 냈을 때는 정책당국의 판단과 노력의 성과라고 평가하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을 때는 국제경제 환경이나 시장 상황, 경제주체의 선택을 주된 원인으로 설명한다면 평가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정부가 모든 경제적 결과를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주식투자에는 투자자의 자기책임이 존재합니다.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국제금융시장의 충격도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역시 정부 정책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정책당국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책을 설계하고 시행할 권한을 가진 만큼 당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이 무엇이었고 그 위험에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를 설명할 책임도 있기 때문입니다.

레버리지 상품을 예로 들면 시장 전체의 급락을 정책당국의 책임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이 하락장에서 손실을 확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품 자체에 내재된 특성이며 금융당국도 도입 전부터 이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정책평가의 질문은 “정부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는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급락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투자자 보호장치는 충분했는가?”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부동산 정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택수요가 강해져 정부의 대응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과 실제 선택한 규제수단이 가장 적절했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결국 중요한 원칙은 간단합니다.

 

정책의 성과와 정책의 책임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결과편향을 피하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정책평가에서 주의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결과편향(Outcome Bias)입니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의사결정이었던 것은 아니며,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잘못된 의사결정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충분한 위험검토 없이 시행한 정책이 우연히 좋은 경제환경을 만나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충분한 검토와 안전장치를 갖춘 정책이 예상하기 어려운 외부 충격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결과편향을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결과편향을 경계한다는 것이 정책책임을 묻지 말자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결과가 나오기 전에 무엇을 알 수 있었는가입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에 대비하지 않았다면 사후적으로 외부환경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정책결정의 책임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당시 합리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웠던 충격이라면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정책결정 자체를 실패라고 단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정책결정자에게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시각과 경제적 사고다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에게 전문지식만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정책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각입니다.

정책결정자는 자신이 추진한 정책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 논의와 검토를 거쳐 만들어진 정책일수록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경제는 정책결정자의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개인과 기업은 정책이 바뀌면 행동을 바꾸고, 한 시장에 대한 규제는 다른 시장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국제정세나 금융시장 변화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정책결정자에게 필요한 경제적 마인드는 단순히 경제지표를 많이 알고 경제이론에 밝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책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으로 무엇을 포기하게 되는지, 직접적인 효과뿐 아니라 2차 효과는 무엇인지, 정책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까지 생각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경제학에서 기회비용, 인센티브, 대체효과, 정보의 비대칭 같은 개념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정책결정자는 자신의 정책에 유리한 근거와 불리한 근거를 같은 기준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이 성공했을 때는 정부의 판단을 강조하면서 실패했을 때는 시장환경이나 개인의 선택을 강조한다면 객관적인 정책평가가 어려워집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책이 실패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는 것 역시 경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정책결정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정책을 방어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틀릴 가능성까지 정책 설계에 포함시키는 능력일 것입니다.

 

객관적인 시각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한 조건이고, 경제적 마인드는 정답을 알고 있다는 확신보다 선택의 비용과 예상하지 못한 결과까지 생각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한 걸음 더

경제정책은 언제나 불확실성 속에서 결정됩니다.

정부도 미래의 주가와 환율, 집값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을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정책 실패에 대한 만능 면책사유가 될 수도 없습니다.

좋은 정책은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 정책이라기보다 당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고, 예상 가능한 위험에 대비하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수정할 수 있는 정책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정책결정자는 성공과 실패를 서로 다른 잣대로 설명하지 않아야 합니다.

성과를 평가할 때 정책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 때도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반대로 실패의 원인에서 외부환경을 고려한다면 성공을 평가할 때도 우호적인 시장환경의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성과는 정책의 공으로, 실패는 시장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린다면 균형 있는 정책평가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결과를 정책결정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 역시 타당하지 않습니다.

 

결국 경제정책을 평가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당시 어떤 정보가 있었는가?

어떤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는가?

다른 선택지는 무엇이었는가?

실제 결과가 나온 뒤 정책은 어떻게 수정됐는가?

정책의 성과와 책임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들은 정책을 평가하는 국민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책을 만드는 사람에게 먼저 필요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정책을 끝까지 옹호하는 태도만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이 옳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면 판단을 수정하며, 정책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까지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책결정자의 객관적인 시각과 경제적 마인드는 좋은 정책을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경제정책의 성패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정보와 논리로 정책을 선택했고, 예상 가능한 위험에 얼마나 대비했으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 때 얼마나 객관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수정했는지는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좋은 정책결정의 기준은 “내 정책이 옳았는가”를 증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은 없었는가”를 끊임없이 묻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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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한국일보 | 사퇴한 김용범 “ETF 손실 주범 몰려… 부동산 전세 파장은 뼈아파”

금융위원회 |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도입에 따른 투자자 유의사항

금융위원회 |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