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경제

영화 "오디세이"를 경제학으로 읽다 : 선택의 대가와 문명의 의미

econinsight365 2026. 8. 10. 00:00

극장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 2026)"를 보았습니다.

거대한 IMAX 화면을 채우는 전쟁과 바다, 신화 속 존재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강렬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영화 전체를 IMAX 70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극장용 장편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장 3시간 정도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제게 더 오래 남은 것은 화려한 장면보다 오디세우스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그의 귀향은 단순한 여행이 아닙니다.

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판단해야 하고,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며, 때로는 자신의 욕망까지 통제해야 합니다.

 

경제학의 눈으로 보면 상당히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경제학 역시 결국 희소한 자원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선택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영화 속 오디세우스의 선택에는 어떤 경제학이 숨어 있을까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 희소성과 선택

오디세우스는 영웅이지만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시간도 한정되어 있고, 배와 식량도 무한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어떤 위험이 나타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욕구에 비해 그것을 충족할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태를 희소성이라고 합니다.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선택이 필요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정된 월급을 소비와 저축에 나누어야 하고, 하루 24시간을 일과 휴식에 배분해야 합니다.

국가도 한정된 예산을 복지·국방·교육·사회간접자본 등에 나누어 사용해야 합니다.

결국 경제학의 출발점은 아주 단순합니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디세우스의 긴 항해도 바로 이 문제의 연속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트로이의 승리 : 얻은 것만큼 중요한 잃어버린 것

오디세우스의 지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가 트로이 목마입니다.

오랜 전쟁을 끝내기 위해 단순히 성벽을 힘으로 공격하는 대신 전략과 기만을 이용합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입니다.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승리의 화려함만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전쟁이 남긴 파괴와 죽음,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인간의 고통을 함께 보여줍니다. 실제 평론에서도 "오디세이"가 전쟁 이후의 환멸과 전쟁이 인간에게 남기는 진짜 비용을 중요한 주제로 다룬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여기에서 경제학적인 질문을 하나 던져볼 수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했다면 그 선택은 무조건 성공한 선택일까요?

경제학에서는 어떤 선택으로 얻은 편익만큼 그 과정에서 지불한 비용도 중요하게 봅니다.

그리고 비용은 돈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도 비용이고, 포기한 기회도 비용입니다.

전쟁이라면 잃어버린 생명과 파괴된 도시, 사람들이 겪는 고통 역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무엇을 얻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가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이 기회비용을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키클롭스의 동굴  : 우리는 미래를 알고 선택하지 않는다

키클롭스와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또 다른 경제학적 문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오디세우스와 일행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완벽하게 알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도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합니다.

 

이것은 현실의 경제생활과 매우 비슷합니다.

주식을 살 때 앞으로 가격이 오를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몇 년 뒤 매출을 미리 알 수도 없습니다.

집을 살 때 미래의 금리와 집값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결국 우리는 불완전한 정보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선택합니다.

따라서 당시에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이 나중에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만 보고 과거의 선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 당시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가까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디세우스가 마주하는 진짜 위험 역시 괴물만은 아닙니다.

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 자체가 위험입니다.

 

세이렌의 유혹 : 미래의 나를 믿을 수 있을까

세이렌을 만나는 대목은 행동경제학적으로 특히 흥미롭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의지만 믿지 않습니다.

유혹에 노출된 미래의 자신이 지금과 똑같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고, 미리 자신의 행동을 제한합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자기통제와 사전적 약속 장치라는 개념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월급을 받은 뒤 모두 써버리지 않도록 자동이체로 적금을 넣습니다.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오래 사용하지 않도록 사용시간 제한을 설정하기도 합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과자를 눈앞에 두고 참기보다 아예 사지 않는 것도 비슷합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미래의 내가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일정한 제약을 걸어놓습니다.

오디세우스의 선택을 경제학적으로 보면 인간이 자신의 비합리성까지 예상해 행동을 설계하는 흥미로운 사례가 됩니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 완벽한 선택지가 없을 때

오디세우스의 항해에는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위험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순간도 있습니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를 지나야 하는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한쪽의 위험을 피하려 하면 다른 쪽의 위험이 커집니다.

여기에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완벽한 선택지가 없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트레이드오프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불황기에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을 지나치게 줄이면 투자와 고용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었을 때도 소비·저축·여행·외식 가운데 무엇인가를 조정해야 합니다.

정부 역시 물가, 성장, 고용, 재정 등을 동시에 원하는 수준으로 만들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경제학이 선택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입니다.

 

현실의 선택은 항상 좋은 것과 나쁜 것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때로는 서로 다른 비용을 가진 선택지 가운데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는 문제입니다.

 

이타카로 돌아가려는 이유 : 인간은 돈만 보고 선택하지 않는다

오디세우스가 그토록 이타카로 돌아가려는 이유도 경제학적으로 생각해 볼 만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사람이 선택을 통해 얻는 만족이나 가치를 효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효용은 반드시 돈에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 고향에 대한 애착, 자유, 명예, 안정감처럼 시장가격으로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려운 것에서도 사람은 큰 만족을 얻습니다.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 역시 단순한 땅이 아닙니다.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고향이며 가족이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귀향을 선택하는 행동 역시 오디세우스가 무엇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경제학은 돈을 많이 버는 선택만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무엇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왜 ‘문명’을 이야기했을까?

영화 후반부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야기가 오디세우스 개인의 귀향을 넘어 문명과 질서의 문제로 확장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영화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문명은 거대한 건물과 도시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서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 다른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빼앗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거래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는 믿음, 공동체의 규칙을 어느 정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중요한 규범 가운데 하나인 크세니아(xenia), 즉 손님과 낯선 사람을 대하는 환대와 상호 의무를 영화의 문명관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영화가 이러한 규칙의 훼손을 문명 질서의 위기와 연결한다는 분석입니다.

 

경제 역시 이런 신뢰 위에서 움직입니다.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은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기업끼리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도 상대방이 계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이를 해결할 제도와 규칙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멀리 떨어진 사람과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것도 돈과 계약, 법에 대한 일정한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신뢰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생산과 거래보다 상대방을 감시하고 자신의 것을 지키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해야 합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거래비용이 커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장보다 먼저 그것을 지탱하는 사회적 신뢰와 제도가 필요합니다.

 

트로이에서의 승리와 문명의 역설

이렇게 생각하면 영화 초반의 트로이와 후반의 문명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보입니다.

오디세우스의 지략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이 남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과 문명을 지키는 것은 같은 일일까요?

개인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행동이 사회 전체에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도 이런 문제를 자주 다룹니다.

예를 들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자원을 각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지나치게 사용하면 결국 자원이 고갈되어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를 흔히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설명합니다.

신뢰도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 한 사람이 약속을 어겨 이익을 얻는 것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거래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개인에게 유리한 선택과 사회 전체에 좋은 선택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오디세이"를 경제학적으로 바라볼 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 오디세우스가 치른 가장 큰 비용은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치른 가장 큰 비용은 긴 항해에서 잃은 시간이나 재산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전쟁과 복수, 배신과 파괴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질서 자체가 흔들린다면 그 비용은 한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됩니다.

도로와 항구가 있어도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교역은 위축됩니다.

돈이 있어도 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면 투자는 어려워집니다.

법이 있어도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면 계약은 의미를 잃습니다.

그래서 신뢰는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디세이"는 거대한 전쟁과 바다, 괴물과 신화적인 존재들을 스크린 위에 펼쳐놓습니다.

고전학자들은 영화가 원작의 영웅 오디세우스를 전쟁의 상처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새롭게 해석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장면을 걷어내고 보면 의외로 현실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오디세우스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했고, 미래를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욕망을 통제해야 했고, 완벽한 선택지가 없을 때는 더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경제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의 눈으로 영화를 보고 나니 오디세우스의 긴 항해가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가 얻은 것만큼 그가 포기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더 크게 보면,

전쟁에서 얻은 승리의 대가로 사람들은 무엇을 잃었을까?

저에게 영화 후반부의 ‘문명’에 관한 이야기는 바로 이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승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승리한 뒤에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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