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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김부장의 가치는 얼마일까?

econinsight365 2026. 7. 27. 23:36

드라마 《김부장》으로 읽는 인적자본과 가족의 경제학

최근 SBS 드라마 《김부장》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지섭이 연기하는 주인공은 중소저축은행에서 일하며 고등학생 딸 민지를 키우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하지만 가족조차 알지 못하는 과거가 있습니다. 한때 수많은 특수 작전에 투입됐던 요원이었습니다.

조용하던 일상은 딸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무너집니다.

그는 민지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감춰두었던 자신의 과거와 다시 마주합니다. 위험한 상황을 판단하고 상대를 제압하며 목숨까지 건 추적에 나섭니다.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도 등장합니다.

성한수는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이자 비밀요원 출신이지만 현재는 태권도장을 운영합니다. 박진철 역시 과거 ‘전장의 신’으로 불렸던 요원이었지만 이제는 딸을 아끼는 아버지로 살아갑니다.

한때 특별한 세계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평범한 중년의 모습으로 살아가다가 가족에게 위기가 닥치자 감춰져 있던 역량을 다시 꺼내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운 액션 드라마의 설정입니다.

그런데 경제학의 눈으로 바라보면 꽤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한 사람의 가치는 현재의 직업과 월급만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은행원이라는 직업만 놓고 보면 특별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몸에 밴 기술과 위기 대응력, 순간적인 판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일상에서 사용할 일이 없었을 뿐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사람에게 축적된 지식과 기술, 숙련을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라고 부릅니다.

드라마와 경제학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사람에게도 보이지 않는 자산이 있다

자본이라고 하면 흔히 돈이나 건물, 기계, 주식부터 떠올립니다.

그러나 교육을 받고 일을 배우며 살아가는 동안 사람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 쌓입니다.

회계사의 전문지식, 의사의 임상경험, 기술자의 숙련된 손, 교사의 수업 노하우가 대표적입니다.

극 중 주인공에게 축적된 것은 특수작전에서 익힌 기술과 긴박한 상황에 대처하는 감각입니다.

은행에서 근무할 때는 이런 역량이 별다른 쓸모를 갖지 못합니다. 하지만 딸이 사라지는 순간 상황은 달라집니다.

없던 것이 갑자기 생긴 게 아닙니다. 이미 가지고 있던 자산의 쓸모가 환경의 변화와 함께 드러난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쓸모없는 자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월급이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연봉을 개인의 경제적 가치와 동일시합니다.

소득이 높으면 유능하다고 생각하고, 퇴직 후 수입이 줄어들면 자신의 쓸모까지 감소한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임금은 한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평가한 가격이 아닙니다. 현재 노동시장에서 특정 업무를 수행한 대가에 가깝습니다.

30년 동안 한 조직에서 일한 직장인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전문지식뿐 아니라 사람을 판단하는 감각,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조직을 움직이는 요령, 시행착오에서 얻은 지혜가 몸에 배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숫자로 측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드라마 속 은행원의 급여에도 과거 특수요원 시절 익힌 기술의 가격은 들어 있지 않을 것입니다. 금융 업무에서 그것을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 사람이 보유한 역량과 노동시장에서 매겨지는 가격 사이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인적자본은 줄어들까?

시간이 흐르면 낡아지는 지식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기존의 전문성이 경쟁력을 잃기도 합니다. 변화 속도가 빠른 AI 시대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월이 지나야 비로소 쌓이는 것도 있습니다.

위기 대응력, 사람을 보는 눈, 협상력, 조직에 대한 이해,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얻은 직관 등이 그렇습니다.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지식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을 거쳐야 얻을 수 있는 지혜도 있습니다.

작품은 이를 액션이라는 극적인 장치를 통해 보여줍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과거에 익힌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오자 축적된 역량이 다시 힘을 발휘합니다.

현실의 직장인에게도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퇴직하면 직함과 월급은 사라집니다.

그러나 30년 동안 쌓아온 것까지 함께 퇴직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익힌 것을 새로운 환경에서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일일 것입니다.


그가 움직인 이유는 돈이 아니었다

이 작품을 경제학적으로 바라볼 때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이유입니다.

더 높은 연봉도, 더 많은 재산도 아닙니다.

딸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서 경제학의 오래된 질문이 등장합니다.

인간은 정말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할까요?

경제학에서는 사람의 선택을 설명하기 위해 ‘효용’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자신에게 더 큰 만족을 주는 쪽을 선택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족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돈을 쓰고 시간을 내어줍니다. 자신의 소비를 줄이거나 때로는 노후자금까지 사용하면서 자녀를 돕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는 행동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녀의 행복 자체가 부모에게 중요한 만족을 준다면 이러한 선택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나의 행복과 가족의 행복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을 위한 희생 역시 경제학의 영역 밖에 있는 행동만은 아닙니다.


가족은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공동체다

가족은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이지만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바로 삶의 위험을 나누는 기능입니다.

실직하거나 병에 걸리는 등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가족이 가장 먼저 버팀목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득이 있는 구성원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돕고, 부모가 자녀의 교육비를 부담하며, 성장한 자녀가 다시 노부모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보험이 여러 사람에게 위험을 분산시키는 제도라면 가족 역시 구성원 사이에서 삶의 충격을 나눈다는 점에서 일종의 비공식적인 안전망 역할을 합니다.

작품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매우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딸에게 위기가 닥치자 한 아버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합니다.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가족의 의미가 그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은퇴 준비에는 통장에 없는 자산도 있다

이제 드라마에서 잠시 벗어나 현실의 중년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은퇴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돈을 계산할 것입니다.

아파트는 얼마인지, 예금은 얼마나 있는지, 국민연금은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지, 퇴직금과 금융자산은 충분한지 살펴봅니다.

당연히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계산에서 빠지기 쉬운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평생의 직업생활을 통해 몸에 밴 전문성과 노하우입니다.

금융회사에서 오래 일한 사람은 금융을 알고, 제조업 종사자는 현장을 이해합니다. 관리자는 조직과 사람을 다루는 법을 익혔을 것이고, 영업직 종사자는 고객과 협상하는 방법을 체득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퇴직 후 그것을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과거의 직함을 계속 가지고 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성을 교육이나 자문, 새로운 직업, 창업 또는 다른 형태의 일로 전환한다면 다시 경제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퇴를 준비하면서 금융자산과 함께 이런 질문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쌓아왔으며, 앞으로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


한 걸음 더

《김부장》은 현실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강렬한 액션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장면을 걷어내고 보면 의외로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옵 니다.

평범한 중년의 아버지, 가족에 대한 책임, 세월 속에서 쌓인 전문성,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나는 한 사람의 진면목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재산을 계산할 때 아파트 가격과 예금, 주식, 연금부터 떠올립니다.

물론 모두 중요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대차대조표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 항목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축적된 인적자본입니다.

직함은 사라질 수 있고 월급도 언젠가는 멈춥니다.

그렇다고 살아오면서 익힌 지식과 숙련, 판단력까지 동시에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드라마가 경제학의 눈으로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어쩌면 단순합니다.

평범해 보이는 한 사람의 진짜 가치는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 돌려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것은 무엇입니까?

그 답은 월급명세서에도, 통장 잔액에도 모두 적혀 있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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