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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이야기

공공주택은 어떻게 지속가능한 주거사다리가 될 수 있을까?

econinsight365 2026. 9. 28. 22:00

세계 여러나라로부터 배우는 주택정책의 경제학

집은 단순한 상품일까요, 아니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생활의 기반일까요?

주택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인 동시에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시장에만 맡겨서는 적절한 주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가구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공공지원 주택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한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공급할 것인지,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지, 임대로 유지할 것인지 자가보유로 연결할 것인지, 투입된 재원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 그리고 한 번 공급한 주택을 얼마나 오랫동안 사회적 자산으로 유지할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경제인사이트365에서는 그동안 오스트리아·덴마크·싱가포르·일본·미국·영국의 주택정책을 차례로 살펴봤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어느 나라도 같은 방법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각국의 차이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한정된 주택과 재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현재 세대의 주거안정과 자산형성, 그리고 미래 세대의 주거기회를 함께 고려할 수 있을까요?

 

[30초 핵심 요약 : 주요국 사례로 보는 지속가능한 주거사다리]

• 재고와 재원 순환: 오스트리아는 장기 주택재고 유지, 덴마크는 기금을 통한 재원 순환 구조에 집중합니다.
• 자가보유와 주택 미스매치: 싱가포르는 공공주택을 내 집 마련의 통로로 활용하고, 일본은 주택의 위치·유형·품질에 따른 미스매치 문제를 보여줍니다.
• 공급 제약과 매각 이슈: 미국은 입지 및 규제 제약, 영국은 매각(Right to Buy)과 대체공급 차이의 과제를 던집니다.
• 시간과 공간의 축: 독일은 지원에 따른 의무기간, 프랑스는 SRU법을 통한 지역적 균형 배치를 보완합니다.

 

오스트리아 : 집을 오랫동안 사회적 자산으로 남긴다면

오스트리아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주택재고(stock)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제한이윤주택협회(LPHA)는 비용을 회수하는 수준을 중심으로 임대료를 정하고, 이윤의 상당 부분을 토지 매입이나 신규 건설, 기존 주택 개보수 등에 다시 사용하도록 제도적으로 제한받습니다. 자산 역시 사회주택 체계 안에 묶어두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OECD에 따르면 제한이윤주택협회는 오스트리아 사회·저렴주택 재고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합니다.

핵심은 한 번 공급한 주택을 단기간의 지원사업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공급 → 임대 → 비용회수 → 재투자 → 장기적인 주택재고 유지

라는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오스트리아가 던지는 질문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공공지원으로 만든 주택을 어떻게 오랫동안 사회적 자산으로 남길 것인가?

 

덴마크 : 집에서 나온 돈을 다시 집으로 돌린다면

덴마크에서는 주택뿐 아니라 재원의 순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도가 국가건축기금(Landsbyggefonden·The Danish Building Fund)입니다.

사회주택 부문과 세입자의 임대료 등을 통해 형성된 재원이 기금에 축적되고, 이 돈이 다시 대규모 개보수와 주거환경 개선 등에 사용됩니다. 기금은 이를 사회주택 부문에서 나온 돈이 다시 세입자와 사회주택 부문으로 돌아가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단순화하면

사회주택 → 임대료·상환 → 공동재원 → 개보수·주거환경 개선 → 다시 사회주택

이라는 순환입니다.

오스트리아가 주택이라는 자산을 남기는 방식이라면 덴마크는 주택에서 만들어진 재원을 다시 주택으로 돌리는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싱가포르 : 공공주택을 내 집 마련의 통로로 만든다면

싱가포르는 방향이 다릅니다.

공공주택을 장기간 임대주택으로 보유하는 것보다 HDB를 중심으로 자가보유를 확대하는 정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싱가포르 정부의 「Public Sector Outcomes Review 2024」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싱가포르 거주가구의 약 80%가 HDB 주택에 살고 있으며, 이들 가구의 90% 이상이 거주하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주택이

공공지원 → 주택구입 → 실거주 → 자가보유 → 가계 자산형성

으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공공지원으로 형성된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어디까지 개인에게 귀속시킬 것인가라는 문제가 뒤따릅니다. 그래서 실거주 의무와 재판매 조건, 일부 공공지원 회수 같은 장치가 함께 작동합니다.

싱가포르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공공지원과 개인의 자산형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일본 : 빈집이 많은데 왜 새집이 필요할까

일본은 전혀 다른 문제를 보여줍니다.

2023년 일본의 총주택은 약 6,505만 호였고 빈집은 약 900만 호, 빈집 비율은 13.8%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빈집이 많다고 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주택이 충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방이나 오래된 지역에서는 주택이 남을 수 있는 반면, 일자리와 생활편의시설이 집중된 대도시에서는 새로운 주택수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주택과 새 주택, 지방과 대도시의 수요도 서로 다릅니다.

사람은 이동하지만 집은 이동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집이 몇 채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집이 있는가?”입니다.

일본 사례는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주택공급 문제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미국 : 땅이 넓다고 집을 쉽게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국토가 매우 넓습니다.

그렇다면 주택을 충분히 지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의 토지는 한정돼 있습니다.

여기에 용도지역제(zoning), 단독주택 중심의 개발, 인허가, 토지가격과 건설비, 금융비용 등이 결합됩니다.

특히 단독주택과 중·고층 아파트 사이의 듀플렉스·트리플렉스·타운하우스·소규모 공동주택 같은 Missing Middle Housing은 다양한 가구와 소득계층을 수용할 수 있지만, 토지이용 규제와 개발심사, 금융구조 등이 공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질문은

“땅이 얼마나 넓은가?”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어떤 형태와 가격의 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가?”에 가깝습니다.

 

영국 : 공공임대주택을 세입자에게 팔면 어떻게 될까

영국의 Right to Buy는 또 다른 선택을 보여줍니다.

1980년 시작된 이 제도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공공임대주택 세입자가 자신이 살던 집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980년부터 2026년 3월까지 잉글랜드에서 약 205만 호가 Right to Buy를 통해 세입자에게 매각됐습니다. 2025~26년에는 1만4,275호의 적격 매각이 있었고, 해당 매각대금을 활용 해 착공하거나 매입한 대체주택은 3,452호였습니다. 다만 이 두 수치는 같은 해 매각된 주택이 같은 해 대체됐다는 의미의 단순한 1대1 비교는 아닙니다.

주택 한 채를 세입자에게 팔아도 물리적인 집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주택은 공공임대주택 재고에서는 빠져나갑니다.

따라서 영국이 던지는 질문은

현재 세입자의 자가보유와 자산형성을 지원하면서 미래 세입자를 위한 공공주택 재고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입니다.

 

여섯 나라를 함께 보면 무엇이 보일까

여섯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 주택정책의 문제가 단순히 “공공주택을 많이 지을 것인가, 적게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오스트리아는 재고, 덴마크는 재원, 싱가포르는 자가보유, 일본은 미스매치, 미국은 공급제약, 영국은 매각과 대체공급이라는 서로 다른 문제를 보여줍니다.

어느 하나가 다른 나라보다 우월한 모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주택시장과 토지제도, 인구구조, 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임대시장 규모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각 사례는 주택정책을 바라보는 질문을 넓혀줍니다.

 

 

독일과 프랑스가 보여주는 또 다른 선택

여섯 나라만으로도 비교할 수 있는 범위는 상당히 넓습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를 보면 두 가지 질문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시간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독일에서는 공공·민간 주택회사나 협동조합, 민간투자자 등도 공적 지원을 받아 사회주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대신 지원을 받는 동안 대상 가구와 임대료 등에 일정한 의무가 붙습니다. 구체적인 제도와 의무기간은 주정부가 결정하며, 연방정부는 임대주택 지원에서 20년 또는 30년을 넘는 기간의 의무가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즉 독일은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공적 지원을 받은 주택을 얼마 동안 사회적 의무 아래 둘 것인가?

 

프랑스는 공간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프랑스 SRU법은 일정 조건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원칙적으로 주거용 주택의 20% 또는 25%를 사회주택으로 확보하도록 요구합니다. 제도의 목적에는 사회주택을 지역적으로 균형 있게 배치하고 사회적 혼합과 지역 간 연대를 촉진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2024년에는 SRU 적용대상 2,196개 코뮌 가운데 1,276개가 목표비율에 미달했습니다.

따라서 프랑스의 질문은 사회주택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입니다.

 

이렇게 보면 독일과 프랑스는 기존 여섯 나라의 사례를 반복하기보다 각각 시간과 공간이라는 새로운 축을 보완합니다.

 

공공주택을 보는 여섯 가지 질문

각국의 경험을 종합하면 공공주택 정책을 평가할 때 적어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합니다.

  1. 누가 공급할 것인가? — 정부·지방정부·비영리기관·협동조합·민간 가운데 어떤 주체가 참여할 것인가?
  2. 누구에게 공급할 것인가? — 저소득층 중심인지, 보다 넓은 계층까지 포함할 것인지?
  3. 임대로 유지할 것인가, 자가보유로 연결할 것인가?
  4. 투입된 재원을 어떻게 회수하고 다시 주택에 사용할 것인가?
  5. 공공지원으로 확보한 주택을 얼마나 오래 사회적 재고로 유지할 것인가?
  6. 어디에 어떤 형태의 주택을 공급할 것인가?

이 질문들은 서로 독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가보유를 확대하면 가계의 자산형성 기회가 커질 수 있지만 공공임대 재고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택을 계속 공공재고로 보유하면 미래 가구에게 반복해서 제공할 수 있지만 장기간 유지·보수와 신규 공급을 위한 재원이 필요합니다.

저렴한 주택을 많이 공급해도 일자리와 교통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주거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주택의 수량·가격·위치·기간·재원을 함께 봐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해외 제도를 그대로 한국에 옮기는 것은 어렵습니다.

토지제도와 임대시장, 자가보유율, 인구구조, 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외 사례에서 질문을 가져오는 것은 가능합니다.

공공임대주택 한 채를 공급했을 때 그 집은 앞으로 몇 가구에게 주거안정을 제공할 것인가?

세입자가 자가보유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면 빠져나간 공공주택은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

주택에서 회수된 재원은 다시 주택공급에 사용되는가?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지역과 유형의 주택은 충분한가?

공공주택이 특정 지역에 지나치게 집중되지는 않는가?

그리고 공공지원의 혜택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되는가?

이런 질문을 함께 살펴봐야 주택정책을 단순한 공급량의 문제에서 주거사다리와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확장해서 볼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같은 예산으로 같은 수의 공공주택을 공급한 두 지역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지역에서는 입주자가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직장도 계속 다닐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임대료는 낮지만 출퇴근 비용이 커지고, 생활에 필요한 시설도 멀리 있습니다. 공급 실적은 같아도 입주자의 생활에 남는 결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공공주택의 성과는 건설한 집의 수와 함께 입주 이후의 변화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거비를 줄였는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지, 필요한 사람이 실제로 이용하는지까지 보아야 합니다. 집을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주거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나라별 제도를 비교할 때도 어느 방식이 더 많은 집을 지었는지에만 머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집이 사람들의 생활에서 어떤 부담을 덜어주었고, 그 효과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주거사다리의 성과는 집의 숫자뿐 아니라 그 집을 발판으로 가능해진 생활에서도 찾아야 합니다.

 

[핵심 주택정책 및 글로벌 용어 정리]

• 제한이윤주택협회 (LPHA): 오스트리아에서 비용을 반영해 임대료를 정하고, 이윤의 상당 부분을 신규 건설과 기존 주택 개보수 등에 재투자하도록 제도적 제한을 받는 주택공급 주체입니다.
• 국가건축기금 (Landsbyggefonden): 덴마크 사회주택의 임대료 수입 등을 축적하여 주거환경 개선에 재투입하는 순환기금입니다.
• Missing Middle Housing: 미국의 단독주택과 고층 아파트 사이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듀플렉스 등 중밀도 공동주택 유형입니다.
• 프랑스 SRU법: 지자체별로 원칙적으로 20~25%의 사회주택 확보 비율을 의무화하여 사회적 혼합을 유도하는 법안입니다.

 

주요 참고자료

  • 오스트리아: OECD, OECD Economic Surveys: Austria 2026 — 제한이윤주택협회(LPHA)의 역할과 사회주택 재고.
    OECD 자료
  • 덴마크: OECD, Restoring Public Finances — Housing (2026) — 국가건축기금을 통한 사회주택 재원의 순환.
    OECD 자료
  • 싱가포르: Singapore Government, Public Sector Outcomes Review 2024 — Housing and Amenities — HDB 거주·자가보유 현황.
    싱가포르 정부 자료
  • 일본: Statistics Bureau of Japan, 2023 Housing and Land Survey — 주택 총수 및 빈집 현황.
    일본 통계국 자료
  • 미국: Missing Middle Housing, The Types — 중밀도 주택의 유형과 특징.
    주택 유형 자료
  • 영국: 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 Right to Buy Sales and Replacements, England: 2025 to 2026 — 매각 및 대체주택 통계.
    영국 정부 통계
  • 독일: 독일 연방주택부(BMWSB), FAQs zum sozialen Wohnungsbau — 사회주택 지원과 임대·입주 의무기간.
    독일 정부 자료
  • 프랑스: 프랑스 생태전환부, L’article 55 de la loi SRU —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주택 확보 의무와 이행 현황.
    프랑스 정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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