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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이야기

영국은 왜 공공임대주택을 세입자에게 팔았을까?

econinsight365 2026. 9. 27. 01:38

Right to Buy로 보는 자가보유와 공공주택 재고의 경제학

집을 오랫동안 빌려 사는 사람에게 그 집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준다면 어떨까요?

세입자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자신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을 매각하면서 자가보유를 확대하고 매각대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질문도 생깁니다.

그 집을 매각한 뒤 새로운 공공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국의 Right to Buy(주택구입권)는 바로 이 질문을 생각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제도입니다.

1980년 도입된 이후 2026년 3월까지 잉글랜드에서 Right to Buy를 통해 세입자에게 매각된 주택은 약 205만 호에 이릅니다.

자가보유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규모입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매각은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남겼습니다.

결국 Right to Buy는 단순한 주택 매각제도가 아니라 현재 세입자의 자산형성과 미래 세입자를 위한 공공주택 재고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초 핵심 요약 : Right to Buy와 공공주택 재고의 경제학]

• Right to Buy 제도: 1980년 도입 이후 공공임대 세입자에게 할인 구매 기회를 제공하여 약 205만 호를 매각하고 자가보유를 확대했습니다.
• 대체공급의 한계: 높은 토지·건설비와 할인 혜택 등으로 인해 매각된 수만큼의 새 공공주택을 즉시 공급하기 어려웠습니다.
• 사회주택 재고의 구성 변화: 전체 사회주택 재고는 증가했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전통적 Social Rent 주택은 감소했습니다.
• 주거사다리와 미래세대: 현재 세입자의 자산형성 지원과 미래 세입자를 위한 공공주택 재고 보존 간의 균형이 핵심 과제입니다.

 

Right to Buy는 어떤 제도일까요?

Right to Buy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공공주택 세입자가 자신이 거주하던 주택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1980년부터 시행됐습니다.

구조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 → 일정한 자격 충족 →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 → 자가보유

공공임대주택을 장기간 빌려 사는 공간으로만 보지 않고, 일정한 세입자에게는 자가보유로 이동하는 통로로 활용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Right to Buy는 영국의 자가보유 확대를 상징하는 주택정책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왜 세입자에게 집을 팔았을까요?

경제적으로 보면 몇 가지 측면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자가보유 확대입니다.

세입자가 집을 구입하면 매달 임대료를 내는 임차인에서 자신의 주택을 보유한 소유자로 이동합니다.

둘째는 자산형성의 기회입니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주택소유자는 그 상승분의 영향을 자신의 자산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공공부문의 자금 회수입니다.

정부나 지방정부가 보유하던 주택을 매각하면 매각대금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Right to Buy에는

공공임대 → 자가보유 → 가계 자산형성

이라는 주거사다리의 성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시작됩니다.

 

한 채를 팔면 한 채가 사라지는 것일까요?

공공임대주택 한 채를 기존 세입자에게 매각한다고 해서 그 주택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계속 그 집에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재고에서는 빠져나갑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공임대주택 100채 가운데 10채를 세입자에게 매각하면 지역 전체의 물리적인 주택은 여전히 100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세입자에게 배정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90채로 줄어듭니다.

따라서 Right to Buy를 이해할 때는 전체 주택 수뿐 아니라 공공이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주택재고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팔린 만큼 다시 지으면 되지 않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공공주택 한 채를 매각하고 그 수입 등을 활용해 새로운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면

매각 → 자가보유 확대 → 매각대금 회수 → 신규 공공주택 공급

이라는 순환구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 세입자는 자가보유로 이동하고 새로운 세입자에게는 새 공공주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매각과 대체공급의 시점과 비용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습니다.

 

2025~26 회계연도 잉글랜드 지방정부가 보고한 매각은 1만4,275호이며, 매각수입은 약 16억1천만 파운드였습니다. 이 통계는 대부분 Right to Buy 매각이지만 일부 다른 유형의 매각도 포함합니다. 같은 기간 매각대금을 활용해 착공하거나 매입한 대체주택은 3,452호였습니다. 이는 준공된 신규주택만을 뜻하지 않으며, 해당 연도 매각분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수치도 아닙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두 숫자의 차이만이 아닙니다.

기존 공공주택을 매각하는 것과 새로운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서로 다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왜 같은 수의 집을 다시 짓기 어려울까요?

오래전에 지어진 공공주택을 매각해 얻는 금액과 오늘날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는 비용은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주택에는 토지가 필요합니다. 건설비도 들어갑니다. 금융비용과 기반시설 비용도 필요합니다.

특히 주택가격과 토지가격이 높은 지역에서는 기존 주택 한 채의 매각대금만으로 같은 지역에 새 주택 한 채를 공급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Right to Buy에서는 세입자에게 할인 혜택도 제공됩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주택의 매각수입만으로 신규주택 확보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Right to Buy에서 대체공급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영국의 공공주택은 계속 줄어들기만 했을까요?

여기에서는 조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잉글랜드의 사회주택 전체가 단순히 계속 감소한다고 말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2025년 3월 기준 등록된 공급자들이 제공하는 사회주택은 약 450만 호였으며, 전체 사회주택 재고는 전년보다 약 3만8천 호 순증했습니다.

 

그러나 내부를 살펴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Affordable Rent와 저비용 자가보유 주택 등은 증가한 반면, 전통적인 social rent 주택은 약 4,100호 감소했습니다. 지방정부의 social rent 주택은 약 7,000호 감소했는데, 규제기관은 Right to Buy 등의 영향을 주요 요인으로 설명합니다.

따라서 핵심은 단순히

“영국의 사회주택이 줄었다”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유형의 사회주택이 늘고 어떤 유형의 저렴한 임대주택이 줄었는가”를 구분해서 보는 것입니다.

 

영국 정부는 왜 다시 Right to Buy를 손보고 있을까요?

Right to Buy는 지금도 존재하지만 제도의 조건은 계속 조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11월에는 최대 할인한도가 낮아졌고, 이후에도 자가보유 기회와 공공주택 재고 보호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할인 축소가 예고되자 신청이 크게 늘었습니다.

 

영국 정부의 2026년 8월 발표에 따르면, 2024~25 회계연도 Right to Buy 신청은 6만3,378건으로, 전년 1만8,755건보다 약 238% 증가했습니다. 정부는 할인한도 축소를 앞둔 신청 증가가 이후 매각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설명합니다.

 

정책조건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가구의 주택구입 시점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대와 유인(incentive)이 실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은 앞서 살펴본 나라들과 무엇이 다를까요?

앞서 살펴본 나라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주택문제에 접근해 왔습니다.

오스트리아와 덴마크가 사회주택의 재고와 재원을 장기간 유지·순환시키는 문제를 보여준다면, 일본과 미국에서는 각각 주택의 위치·품질 미스매치와 주택공급 제약이라는 다른 문제가 나타납니다.

싱가포르는 공공주택 공급 단계부터 자가보유를 중요한 목표로 삼는 반면, 영국의 Right to Buy는 이미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용되던 주택을 기존 세입자의 자가보유 기회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영국 사례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현재 세입자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면서도 미래 세입자를 위한 공공주택 재고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 질문은 이번 시리즈의 출발점이었던 주거사다리와 공공주택 재고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한국은 영국에서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영국의 Right to Buy를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과 동일한 제도로 볼 수는 없습니다.

공공주택의 공급방식과 소유구조, 토지제도, 할인방식, 금융제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질문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의 기존 세입자에게 자가보유 기회를 제공하면 가계의 자산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그 주택이 공공재고에서 빠져나가고 충분한 대체주택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입주대상자가 이용할 수 있는 주택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분양전환을 할 것인가, 계속 임대할 것인가”

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매각한다면 누구에게 어떤 가격으로 매각할 것인지, 매각대금은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빠져나간 주택은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 장기적으로 공공주택 재고를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인지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걸음 더

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공공임대주택 한 채를 팔고, 다른 지역에 한 채를 새로 공급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장부에서는 매각과 공급이 한 채씩입니다. 그러나 새집의 위치가 직장과 멀고, 임대료도 더 높다면 이전과 같은 주거기회를 제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체공급을 평가할 때는 수량과 함께 위치, 임대료, 입주할 수 있는 가구의 조건을 비교해야 합니다. 같은 한 채라도 누구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새 주택이 공급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그 사이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중요한 비용입니다.

따라서 공공주택을 팔고 다시 짓는 순환은 숫자가 맞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사라진 주거기회가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한 채를 한 채로 대체했다’는 설명 다음에 필요한 질문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집인가?’입니다.

 

[핵심 영국 주택정책 및 용어 정리]

• Right to Buy (주택구입권):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공공임대주택 세입자에게 해당 주택을 시세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 Social Rent (사회적 임대주택): 지방정부나 비영리 주택조합이 저소득층을 위해 지역 시세보다 크게 낮추어 제공하는 전통적 공공임대주택입니다.
• Affordable Rent: 시세의 최대 80% 수준으로 임대료를 설정하여 Social Rent보다 임대료가 다소 높은 형태의 공공 지원 주택입니다.
• 주거사다리: 임대 거주에서 출발하여 차근차근 자산을 형성하여 자가 소유로 이동해 나가는 주거 상승 과정을 의미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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