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채소나 과일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 우리는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이러한 가격 변화는 소비자물가지수에도 반영됩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소비자물가상승률뿐 아니라 ‘근원물가’라는 지표가 자주 등장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가 실제로 구입하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도 분명 중요한데, 왜 일부 품목을 제외한 물가를 따로 살펴보는 것일까요?
핵심은 지금의 물가상승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질 일시적 충격인지, 아니면 경제 곳곳으로 번져 오래 지속될 인플레이션인지 구분하는 데 있습니다. 근원물가는 체감물가를 대신하는 숫자가 아니라, 물가의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인플레이션의 지속성(끈질김)을 읽기 위한 지표입니다.
[ 30초 핵심 요약 : 근원물가지수(Core Inflation)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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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물가지수란 무엇일까?
소비자물가에는 우리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가 폭넓게 반영됩니다. 문제는 모든 가격이 같은 이유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농산물 가격은 폭우나 가뭄 때문에 급등할 수 있고, 국제유가는 전쟁이나 산유국의 감산 때문에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런 가격 변화는 생활비에 분명 영향을 주지만 국내 경기나 수요 때문에 발생한 물가상승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래서 일부 변동성이 큰 품목의 영향을 제외하거나 줄여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살펴봅니다. 이것이 근원물가(Core Inflation)입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지금의 물가상승은 일시적인 충격일까, 아니면 경제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지속적인 현상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등을 활용합니다. 제외하는 품목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수치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근원물가를 하나의 절대적인 숫자로 보기보다는 물가의 기조를 판단하기 위한 여러 지표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식료품과 에너지를 빼면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닐까?
근원물가를 처음 접하면 가장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입니다.
“쌀과 채소도 사고 기름도 넣어야 하는데 이것을 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맞는 질문입니다.
가계의 실제 생활비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식료품이나 에너지 가격을 빼서는 안 됩니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이러한 품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근원물가가 필요한 이유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 변화를 보여줍니다.
반면 근원물가는 전체 물가 움직임 가운데 일시적인 충격의 영향을 줄여 보다 지속적인 물가 압력이 형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는 어느 하나가 더 정확한 지표라기보다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지표라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한국은행은 왜 근원물가를 중요하게 볼까?
기준금리는 경제 전체의 소비와 투자, 금융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특정 품목의 일시적인 가격 변동만을 보고 기준금리를 크게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태풍 때문에 배추 생산량이 감소해 배추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배추 생산량이 즉시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국제유가가 산유국의 감산이나 지정학적 갈등 때문에 급등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다고 국제 원유 생산량을 직접 늘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은 이런 가격 상승을 무시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공급 충격으로 시작된 가격 상승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외식비, 운송비, 서비스가격, 임금 등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이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기 시작하면 임금과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때 일시적인 가격 충격은 경제 전반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전체 소비자물가와 함께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지표를 살펴봅니다.
중앙은행의 관심은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충격이 다른 가격과 임금으로 번져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바뀌고 있는지에 있습니다.
물가는 잡혔다는데 왜 외식비는 계속 오를까?
뉴스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고 하는데 식당 가격이나 각종 서비스 요금은 여전히 비싸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내려가면서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비교적 빠르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식비, 개인서비스, 임대료 등 다른 가격의 상승세가 여전히 강하다면 근원물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만 보면 물가가 상당히 안정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경제 내부의 기조적인 물가 압력은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 상황도 가능합니다.
농산물이나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하면 전체 소비자물가는 크게 오르지만 근원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두 지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원물가가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근원물가의 상승세가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물가상승 압력이 일부 품목에만 머물지 않고 경제 전반에 보다 넓게 퍼져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외식, 숙박, 교육, 각종 개인서비스처럼 인건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비스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면 물가가 쉽게 낮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품가격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변화에 따라 비교적 빠르게 움직이기도 하지만 서비스가격은 임금이나 임대료 등과 연결되어 상대적으로 천천히 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원물가가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경계하게 됩니다.
근원물가가 낮아지면 기준금리도 바로 내려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한국은행은 근원물가 하나만 보지 않습니다.
전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뿐 아니라 경제성장률, 소비와 투자, 고용, 금융안정, 가계부채, 주택시장, 환율, 국제금융시장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현재의 물가뿐 아니라 앞으로 물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근원물가가 낮아지고 있더라도 환율이 크게 오르거나 국제유가가 상승해 앞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 금리 결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더라도 경기 둔화가 심해지고 향후 물가 압력이 빠르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통화정책 판단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따라서 ‘근원물가 하락 = 곧바로 기준금리 인하’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뉴스 속 핵심 경제 용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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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물가도 완벽한 지표는 아닙니다
근원물가는 물가의 기조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외되는 식료품이나 에너지는 국민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지출 항목입니다.
또 국제유가 상승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처음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시작했더라도 운송비와 생산비, 서비스가격 등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충격처럼 보였던 가격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조적인 물가상승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나 경제분석가들은 근원물가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물가지표와 경제 상황을 함께 살펴봅니다.
물가를 하나의 숫자로만 보면 안 되는 이유
CPI는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전반적인 가격 변화를 보여주고, 근원물가는 그 가운데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물가 압력을 살펴보는 데 도움을 줍니다. PPI는 생산·공급 단계에서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세 지표는 경쟁하는 숫자가 아니라 물가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며,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한 걸음 더
근원물가라는 이름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명절에 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숙박료가 일시적으로 오른 경우와, 여러 서비스업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둘 다 근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앞으로의 물가를 판단하는 의미는 같지 않습니다.
명절이 지나 수요가 줄면 숙박료의 상승 압력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여러 업종에서 비용 상승과 가격 인상이 이어진다면 물가 압력이 더 오래 남을 가능성을 살펴야 합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했다고 해서 남은 가격 변화가 모두 지속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근원물가도 상승률 하나로 읽기보다 어떤 품목이 움직였고, 얼마나 넓게 퍼졌으며,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근원물가는 판단을 대신해 주는 숫자라기보다, 지속적인 물가 압력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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