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식

1주택을 오래 보유하면 왜 세금을 줄여줄까?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경제학

econinsight365 2026. 7. 24. 00:00

최근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10년 보유하고 10년 거주하면 최대 80%를 공제해 주는 것이 너무 많은 혜택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수십 년 동안 한 집에서 살아온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논쟁은 단순히 양도소득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동산은 취득할 때도 세금을 내고, 보유하는 동안에도 세금을 내며, 팔 때도 세금을 내고, 자녀에게 물려줄 때도 세금을 냅니다.

따라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평가하려면 부동산 세제 전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은 생애 전 과정에서 과세된다

부동산에는 하나의 세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집을 살 때는 취득세를 냅니다.

집을 보유하는 동안에는 재산세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종합부동산세를 냅니다.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가 발생합니다.

자녀에게 넘기면 증여세, 사망 후 이전되면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즉,

취득 → 보유 → 양도 → 상속(증여)

모든 단계마다 세금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양도세 하나만 보고 "혜택이 많다" 또는 "세금이 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동산 세제 전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왜 존재할까?

현행 제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1세대 1주택자가 장기간 보유하고 실제 거주한 경우 최대 80%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러한 공제를 두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주택은 단순한 투자상품이 아니라 생활의 기반입니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생활한 사람과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를 동일하게 과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기간 누적된 집값 상승에는 물가 상승과 도시 발전으로 인한 가치 상승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형평성 논란도 존재한다

반대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양도차익이 클수록 공제 금액도 커지므로 결과적으로 고가주택일수록 더 많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근로소득이나 금융소득은 매년 과세되는데 부동산에는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함께 적용될 수 있어 조세 형평성 논란이 발생합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장기 거주자를 보호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느 수준까지 보호할 것인가입니다.


보유세는 세율보다 과세기준이 더 중요하다

필자는 이번 논쟁에서 한 가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보유세의 과세기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시가격을 기초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합니다.

집값이 오르면 과세표준도 높아지고 세금도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은 자산가격 상승을 과세에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랫동안 같은 집에 거주한 은퇴자나 고령자도 집값 상승만으로 세 부담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다른 접근을 선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Proposition 13을 통해 다른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주택을 취득한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가치를 정하고 이후 과세가치 상승폭을 제한하는 구조입니다.

그 결과 장기간 거주한 사람은 집값이 크게 올라도 재산세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습니다.

주거 안정성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오래 보유한 사람이 집을 팔지 않으려는 경향이 커지고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같은 가격의 집이라도 언제 구입했는지에 따라 재산세가 크게 달라지는 형평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즉, 캘리포니아 사례는 장점과 한계를 함께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어떤 제도가 바람직할까?

필자는 보유세의 과세기준이 주택시장 안정과 국민의 주거 안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가격만을 기준으로 과세하면 급격한 집값 상승이 곧바로 세 부담 증가로 이어져 장기 거주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취득가격만을 기준으로 하면 세 부담은 안정되지만 주택 이동이 줄고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방식을 절충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장기 실거주자의 보유세 부담은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조정하되, 투기 목적의 단기 보유나 다주택 보유에는 시장가치를 반영한 과세를 유지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해외는 어느 단계에서 세금을 걷을까?

한국, 미국, 영국, 독일 모두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어느 단계에 무게를 두느냐는 다릅니다.

미국은 실거주 요건을 충족한 1주택 양도차익에 일정 한도의 비과세를 인정하면서 지방정부의 재산세 비중이 큰 편입니다.

영국은 주된 거주지에 대해서는 자본이득세를 폭넓게 면제하는 대신 지방세 체계를 운영합니다.

독일은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하거나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차익 과세를 면제하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상속세·증여세가 모두 존재하는 비교적 종합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 세금만 떼어놓고 국제 비교를 하기보다는 전체 세부담 구조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한 걸음 더

세금은 단순히 재정을 확보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정책입니다.

보유세의 과세기준이 현재가격이면 사람들은 세 부담을 고려해 매도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취득가격 기준이면 오래 거주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습니다.

양도세가 지나치게 높으면 주택 이동이 줄어들 수 있고, 지나치게 낮으면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부동산 세제는 세금을 많이 걷는 제도도, 적게 걷는 제도도 아닙니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시장의 효율성과 조세 형평성을 함께 달성하는 제도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둘러싼 논쟁 역시 양도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취득세·보유세·양도세·상속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전체의 균형 속에서 논의될 때 비로소 올바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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