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 급락에 대한 단상
시장은 왜 가장 낙관적일 때 무너질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사 람들은 주식시장이 더 오를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 반도체 기업의 성장 전망,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가장 낙관적이던 순간 가장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코스피는 최고점 대비 약 34% 하락했고, 코스닥도 큰 폭의 조정을 받았습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의 급락은 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표 종목들이 크게 하락했고, 이들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손실을 더욱 확대시켰습니다.
시장은 왜 갑자기 무너졌을까?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필요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히 특정 상품이나 제도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주가는 여러 요인으로 움직입니다. 기업 실적, 금리, 환율, 정책, 국제 정세가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시장이 큰 폭으로 흔들릴 때는 숫자보다 투자자의 심리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학은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왜 시장은 가장 낙관적일 때 가장 위험해질까?
민스키가 말한 '안정의 역설'
이 질문에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한 사람이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입니다.
민스키는 금융위기가 외부의 충격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이 오래 지속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금융불안정성 가설은 "안정은 불안정을 낳는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처음에는 투자자들이 신중합니다. 자신의 자금으로 투자하고 위험을 경계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계속 상승하면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집니다. 조금 더 투자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대출을 이용하거나 레버리지 상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은 커지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것을 정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번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훨씬 빠르게 커질 수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은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의 평가손실 규모를 수십조 원 수준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러한 추정은 시장의 변동성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의 함정
경제사를 돌아보면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습니다. 1929년 대공황, 2000년 IT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시장은 늘 "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 속에서 위험을 키웠고, 결국 그 믿음이 가장 강해졌을 때 무너졌습니다.
이번 우리 증시도 예외는 아닙니다. 정책 환경과 대외 변수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 이면에는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는 과도한 낙관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숫자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기대와 탐욕, 그리고 두려움이 시장을 움직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이번 급락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
이번 급락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느냐가 아닙니다. 상승장일수록 위험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너무도 오래된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수없이 오르고 내릴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며, 새로운 투자 열풍도 반복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을 움직이는 인간의 심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이먼 민스키가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위기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것이 아닙니다. 위기는 사람들이 가장 안심하고 있을 때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주식시장 급락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우리에게 시장을 바라보는 태도를 다시 묻는 사건이었습니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보다 위험을 먼저 생각하는 것, 그것이 결국 긴 시간 시장에 남는 투자자의 가장 큰 경쟁력일지도 모릅니다.
한 걸음 더
경제학은 미래를 맞히는 학문이 아니라, 반복되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시장은 늘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지만, 사람들의 심리는 놀라울 만큼 비슷한 길을 걷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